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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사 오너 김상준-박헌서, 25년의 경쟁 [지배구조 분석]창업 5년만에 동업자서 경쟁자로 변신, 코밴-한국정보통신간 격차 확대

안경주 기자공개 2016-12-08 10:16:14

이 기사는 2016년 12월 07일 0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생에서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알기가 어렵다. 회사를 공동으로 창업한 관계도 '새옹지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기업을 함께 창업했더라도 언제 그 관계가 끝날지 알 수 없다. 오히려 동종업계에서 경쟁자 관계로 남는 경우가 더 많다.

부가통신사업자(VAN, 이하 밴) 중에서 오래된 업력을 갖고 있는 코밴(KOVAN, 옛 한국부기통신)과 한국정보통신(KICC)의 관계가 비슷하다. 코밴 설립자인 김상준 공동대표이사와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은 함께 회사(한국정보통신)를 창업했지만 불과 5년 만에 결별하고 25년간 동종업계 경쟁자로 지냈다.

두 회사의 외형만 놓고 본다면 승자와 패자는 쉽게 판가름난다. 하지만 최근 결제시장 환경 변화와 맞물려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최근 고령의 나이로 직접 경영 전반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두 오너의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상준 박헌서 경쟁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상준 대표와 박헌서 회장의 인연은 30여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1년생인 김 대표와 1938년생 박 회장은 의기투합해 한국정보통신을 설립한다. 이후 김 대표는 1989년과 1990년 2년간 한국정보통신 사장을 역임한다.

김 대표와 박 회장의 동업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이듬해인 1991년 김 대표가 한국정보통신 사장직을 그만두고 회사를 나온다. 사실상 한국정보통신과 결별을 택한 셈이다.

공동으로 창업을 할 정도로 끈끈했던 두 오너의 관계가 불과 5년만에 틀어진 것이 어떠한 이유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는 소문이 났던 점에 비춰 박 회장과 의견대립이 있었고 김 대표가 밀려난 것이 아닌가 추정될 뿐이다. 코밴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박 회장과 함께 회사(한국정보통신)를 공동으로 설립·운영한지 얼마 안돼 떠난 것은 업계에서 모두 다 아는 사실"이라며 "회사를 떠난 이유와 동종업종을 선택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을 떠난 김 대표는 코밴(당시 한국부가통신)을 설립하고 국내 3대 밴사업자로 발돋움하고자 했다. 여기서 3대 밴사업자는 한국정보통신, 한국신용정보(현 나이스정보통신) 그리고 코밴을 말한다. 이를 계기로 김 대표와 박 회장의 관계는 동업자에서 경쟁자로 바뀌게 됐다.

코밴 지배구조 개요
두 오너의 경쟁에선 박 회장이 한 발 앞서갔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높은 시장점유율과 자본력으로 한국정보통신의 아성을 깨지 못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앞선 관계자는 "현재 리베이트가 금지됐지만 당시엔 밴사들이 관행적으로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결제승인 중개업무도 대형 밴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상당히 오래됐다는 점에서 자본력이 부족한 신설 밴사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코밴 설립 이후 수차례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당시 데이콤) 등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김 대표의 지분율은 희석됐다. 이 같은 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코밴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사명을 현재의 '코밴'으로 바꾸고 본업인 밴사업 외에 부동산임대업 등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정보통신도 코밴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다만 박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원인이 됐다는 점과 시기가 다르다. 1990년대 후반 한국전화번호부(617억 원)와 티켓링크(200억 원)를 인수, 사업을 확장하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로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4년과 2005년 대규모 유증이 단행됐고 박 회장은 한국정보통신의 2대주주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측면에선 코밴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국정보통신 개요
외형만 따진다면 이후 25년의 경쟁은 김 대표의 판정패에 가깝다. 코밴의 총자산과 매출액은 2015년말 기준 각각 231억 원과 612억 원인 반면 한국정보통신의 총자산과 매출액은 각각 2099억 원과 2688억 원이다. 현재 코밴의 시장점유율은 5% 수준이다. 반면 업계 1~2위 사업자인 한국정보통신의 시장점유율은 14.9% 가량된다. 다만 코밴이 2012년 이후 업계 평균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다.

두 오너의 지난 25년간 경쟁이 무색하게 많은 격차가 벌어졌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리베이트 금지, 밴수수료 정률제 시행, 무서명 거래 도입 등으로 밴사간 경쟁의 룰이 바뀌면서 중소형 밴사들이 반격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간 격차가 커 당장 유의미한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시장 변화에 맞춰 두 오너간 경쟁도 새롭게 진행될 수 있다"며 "아쉬운 점은 김 대표의 경우 오너이자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박 회장은 2013년 대표이사직을 그만두고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밴사는 카드사를 대신해 신용카드 가맹점을 확보, 관리, 결제정보전송, 카드전표수거, 사인패트 개발 및 제공 등의 업무를 하는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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