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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자충수 [thebell note]

김장환 기자공개 2017-03-15 10:01:02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4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회장이 정면 승부를 택했다. 우선매수권에 각종 제약을 걸어둔 산업은행의 입장을 뒤로 한 채 "나에게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13일 밝혔다. 앞서 "이미 인수 대금을 대부분 구했다"던 박 회장의 주장은 '언플(언론플레이)'일 것이란 관측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 모두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다.

박 회장의 갑작스런 대응에 산업은행은 난처한 기색이다. 우선매수권은 제3자에게 양도가 불가하고, 행사를 위해서는 컨소시엄 구성도 안된다는 입장이 오랜 기간 확고했다. 하지만 우선매수권 협약 자체에 박 회장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양자간 맺어둔 협약에 존재하는 "채권단의 '사전 동의'가 있으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박 회장은 해당 조항에 따라 볼 때 산업은행이 채권단 동의 자체를 구하는 절차를 묵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주협의회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부의 안건 통과가 가능한 가운데 산업은행은 30% 가까운 채권비율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도 박 회장이 이를 밀어 붙인 이유는 기회를 '주느냐, 안 주느냐'만 가지고도 또 다른 측면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적으로 맞서면 계약 조항에 포함된 동의 기회를 산업은행이 과연 부여했느냐 여부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작 동의 안건 부의 절차에 재차 나서면 SPA를 맺어둔 더블스타가 심한 반발을 할 수도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사뭇 난감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박 회장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은 사실 스스로 판 무덤이란 평가가 많다. 과거 금호산업 매각 당시에도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유리한 매각 구조를 만들어줬다. 당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것 자체가 '특혜' 시비를 불렀고, '헐값'에 사갈 수 있는 조건도 달아줬다. 박 회장에게 끝까지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보였다.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와 SPA 체결 시점을 과도하게 지연시킨 것도 박 회장이 이전과 같은 기대를 키운 계기가 됐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더블스타는 9550억 원대 가격을 써내고 1월 16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SPA 체결까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을 별 이유없이 기다렸다. 산업은행에 이에 대한 불만까지 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에게 인수대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물론 산업은행은 이를 부인한다.

뭐가 됐든 산업은행이 박 회장에게 이번에도 발목을 잡힌 건 과거 금호산업 매각 당시 보여줬던 어정쩡한 태도 탓이란 지적이다. 특히 당시에도 걸림돌이 됐던 우선매수권의 '동의시 예외 조항'을 왜 굳이 지속해서 유지해왔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모로 보나 자충수였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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