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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양조, 공격투자의 그늘 '가중되는 재무부담' [지방 소주업체 열전]①오너 '3세경영' 신제품 라인 투자 불구 적자, 차입금 다시 급증

박창현 기자공개 2017-05-09 06:02:00

[편집자주]

소주는 서민의 술이다. 지역색도 강하다. 정부는 과거 소주 업체를 육성한다며 1도(道) 1사(社)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은 폐지됐지만 시장 지배력 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며 그 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객관적인 경영지표를 바탕으로 지방 소주업체들의 과거와 현주소, 미래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6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해양조는 호남 소주시장의 맹주다. 1952년 설립된 이래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호남 시장을 호령해왔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 직격탄을 맞으면서 본업이 흔들렸다. 결국 창업주 고(故) 임광행 회장의 차남인 임성우 회장이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임성우 체제 아래 보해양조는 재무구조 개선을 동반한 내실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자본 확충과 차입금 상환을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3세 경영 시대가 열리자 다시 한번 재무 전략이 바뀐다.

2015년부터 보해양조를 이끌고 있는 3세 임지선 부사장은 '공격 앞으로'를 명령했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최대 시장인 서울 공략에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재무구조 개선 기조가 흔들렸다. 투자를 위해 끌어다 쓴 부채를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으로 갚아나가는 선순환 투자 재무 전략이 틀어지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임성우 회장은 2011년 형 임건우 회장이 운영하고 있던 보해양조를 인수했다. 당시 보해양조는 계열사인 보해저축은행 부실이 전이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임 회장은 알짜 주정회사인 창해에탄올을 앞세워 외부 매각 위기에 놓인 가업을 되찾아 왔다.

임 회장은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고 있던 보해양조에 수술칼을 댔다. 인수 직후인 2012년 말 기준으로 보해양조 총부채는 1901억 원에 달했다. 대표적인 재무지표인 부채비율은 400%가 넘었다.

부채비율

보해양조는 유휴 자산을 팔아 빚을 갚아나갔다. 2012년과 2013년 두 해 동안 자산 처분을 통해 34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했다. 소유하고 있던 창해에탄올 주식과 전남 영암군 공장 용지 등이 매각 대상이 됐다. 보해양조는 이 자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썼다.

이듬 해에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늘렸다. 160억 원의 증자 대금이 유입됐고, 이 또한 차입금을 줄이는데 쓰였다. 보해양조는 유증 대금과 창출 현금을 합쳐 총 213억 원의 차입금을 갚았다. 자본금은 늘어난 반면 부채가 크게 줄자 자연스럽게 부채비율도 162%까지 떨어졌다.

2015년에도 투자 부동산과 자기주식 등 비업무용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4년에 걸친 집중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힘입어 그 해 말 차입금 총액은 400억 원 대로 낮아졌다. 부채비율 역시 우량 수준인 100% 초반 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3세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보해양조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새롭게 대표이사로 등극한 임성우 회장의 장녀 임지선 부사장은 그 동안의 보수적인 내실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아홉시반'과 '잎새주부라더', '부라더#소다', '복받은부라더' 등 젊은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저도주·과실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갔다.

신제품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자 관련 투자도 늘렸다. 보해양조는 2015년부터 장성 공장에 브라더소다 등 신제품 생산 최적화를 위한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그 해 90억 원을 장성공장에 투입한데 이어 지난해에 79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보해양조는 신규 투자금을 대부분 외부에서 조달했다.

보해양조

문제는 지난해부터 신제품 판매가 주춤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를 위해 빌려쓴 자금을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으로 갚고 다시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선순환 투자 고리가 끊어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보해양조 매출은 전년 대비 6.7% 줄어든 1155억 원에 그쳤다. 영업손익은 6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보해양조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1년 창해에탄올에 인수된 뒤 처음이다. 공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서면서 각종 사업 비용이 늘었고,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임 부사장 취임 첫 해 보해양조는 판매비와 관리비(이하 판관비)로만 400억 원 넘게 지출했다. 작년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투자 행보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비용 지출액이 더 커졌다. 당장 전체 판관비가 전년 대비 17.7% 늘어난 498억 원에 달했다. 임 부사장 취임 직전 해인 2014년과 비교하면 관련 비용이 100억 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비용 항목 중 단연 영업활동비와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 증가가 눈에 띈다. 영업활동비는 51억 원까지 늘었고, 광고선전비는 95억 원을 찍었다. 취임 전과 비교하면 영업활동비와 광고선전비는 각각 51.5%, 65.2%씩 증가했다.

실적 부진으로 부채 상환 역량이 떨어지면서 보해양조 차입금 총액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400억 원 대까지 낮아졌던 차입금 잔액은 금융권 차입 확대로 인해 658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 적자로 결손금이 생긴데다 부채까지 늘어나자 부채비율 또한 120.2%로 상승했다.

여전히 장성공장에 대한 투자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재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보해양조는 장성공장에 추후 99억 원을 새롭게 투자할 계획이다. 실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투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또 다시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장성공장에 막걸리와 브라더소다 전용 캔을 만드는 라인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투자 지출이 있었다"며 "해당 제품들의 판매가 주춤하지만 새로운 제품 개발과 수요 창출에 나서서 투자 효용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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