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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제로' 무학, 소주보다 ELS로 수익 더 냈다 [지방 소주업체 열전]①금융 투자액 3000억, 주가 상승 호재 223억 평가익

박창현 기자공개 2017-05-23 08:11:44

[편집자주]

소주는 서민의 술이다. 지역색도 강하다. 정부는 과거 소주 업체를 육성한다며 1도(道) 1사(社)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은 폐지됐지만 시장 지배력 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며 그 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객관적인 경영지표를 바탕으로 지방 소주업체들의 과거와 현주소, 미래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2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주 빅3' 무학이 수 천억 원을 투자한 금융상품 덕을 톡톡히 봤다. 여유 자금 대부분을 주가 연계 증권(ELS)에 투자하고 있는 무학은 주식 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가자 소주를 팔아서 번 이익보다 더 큰 수익을 손에 쥐었다.

무학은 현재 예정된 설비 투자 계획이 없다. 따라서 유보 현금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투자 비중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무학은 주류업계의 '투자왕'으로 불린다. 전체 자산의 절반 가량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무학 총 자산은 6680억 원이다. 이 가운데 50.5%에 해당하는 3378억 원이 금융자산이다.

무학은 2013년을 기점으로 금융상품 투자액을 크게 늘렸다. 실적 호조로 여유 자금이 늘어나자 자금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익증권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당시 1603억 원에 불과했던 금융상품 자산 총액은 이듬해 2599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후에도 투자액이 지속적으로 늘었고 지난해에 30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 초에는 역대 최대인 3378억 원을 찍었다. 무학은 금융상품 중에서도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ELS에 투자한 금액만 3000억 원이 넘는다.

무학

투자액 자체가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 주식시장마저 활황 장세를 보이자 잭팟이 터졌다. 무학은 올 1분기 영업외 수익으로 총 279억 원을 벌어들였다. 반면 본업인 소주 판매를 통해 달성한 이익은 147억 원에 불과했다. 가외 수입이 2배 가까이 더 많았던 셈이다.

주가지수 상승으로 ELS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 영업외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 올해 1분기 코스피 지수는 작년 말과 비교해 6% 이상 올랐다. 무학이 ELS에 투자한 금액은 3004억 원에 달한다. ELS에 집중 투자를 한 덕분에 해당 상품 투자로만 223억 원의 평가 수익을 거뒀다.

무학의 금융상품 투자 규모는 향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수 백억 원의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금융상품 투자 말고는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무학은 최근 3년 간 영업활동을 통해 매년 8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벌어들였다. 일반적인 기업은 이 자금을 밑천으로 재투자에 나서 외형 확장과 수익성 확대를 꾀한다. 하지만 무학은 신규 투자 부담이 거의 없다. 이미 영남 일대에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신규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실제 무학은 2014년 생산능력 확대 차원에서 350억 원을 투입한 이후 수 년째 대규모 투자가 전무하다. 올해도 신규 투자 계획 자체가 없다.

결과적으로 무학은 쌓이는 현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금융상품 투자액을 계속 늘려나갈 가능성이 높다. 금융상품 투자를 사실상 온전히 자기 자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무학 부채비율은 30%에 불과하다. 금융 차입도 300억 원이 전부다. 사실상 자기자본으로 금융상품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자금 운용에 대한 운신의 폭이 큰 만큼 단기 변수에 관계없이 본업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는 투자 사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학이 항상 ELS로 수익을 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주가가 출렁이자 그 해에만 338억 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자기자본 투자를 하고 있는 덕분에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금을 늘릴 수 있었다. 그 결과 작년부터 올해까지 500억 원이 넘는 평가이익을 거뒀다.

무학 관계자는 "주가지수가 오르면서 금융상품 평가이익이 많이 늘었다"며 "ELS 수익률이 가장 좋다고 판단해 해당 상품 투자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특정 상품에 너무 편중돼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분산 투자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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