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29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브라질국채 판매사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감독당국의 엉성한 규정과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감독당국은 브라질국채를 사모 상품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국내 원화 사모사채와는 달리 규정 준수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해당 국가에서 공모 형태로 발행되는 채권을 국내에서 사모상품화한 것 자체가 문제의 출발이라 보고 있다.

◇브라질국채, 사실상 공모상품화

국내에서 사모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는 브라질국채는 사실상 공모 상품이 돼가고 있다. 지점이나 PB센터에서 직원들이 권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증권사들은 추천 상품으로도 내놓고 있다. 수천만 원 수준이었던 최저 가입한도도 최근 수십만 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이 정도면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되는 공모상품과 다름없다.

고객에게 판매되는 과정도 이미 사모상품의 범주를 넘어섰다. 사모상품의 경우 단순중개만 가능하지만 브라질국채 판매사중 일부는 자사 계정에 편입시킨 이후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매출행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도 중개수수료가 아닌 유가증권 매매이익으로 반영, 스스로 매출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해 감독당국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자사계정 편입 이후 불특정 다수 고객의 위탁계좌로 판매되는 점은 문제가 없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판매 과정에서 권유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공모와 사모의 기준이라는 것. 이로 인해 브라질국채 판매사들이 투자 확인서를 통해 권유를 받지 않았다는 고객 서명이 규정 위반의 면죄부를 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이 원해서 중개해 주는지, 증권사가 권해서 판매를 하는지 여부가 브라질국채 규정 위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원화 사모사채에 들이대는 관리감독 기준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원화 사모사채의 경우 자사 계정 편입 이후 고객 수를 49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발행 '국채'가 사모상품, 문제의 출발

증권사들이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브라질국채가 사모상품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신고서와 리스크 관리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판단이 전제로 깔려 있다.

브라질국채는 브라질 정부가 전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형태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브라질 경제와 관련된 정보는 거의 무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팔릴 때는 사모 상품으로 변하게 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로 발행된 상품을 사모상품으로 관리감독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 정부는 해외 국가가 공모로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서는 공모상품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일정 등급 이상의 우량한 신용등급을 가진 외국정부가 발행한 증권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조건으로 증권(매출)신고서 제출을 면제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용등급 A 이상을 받은 국채에 한해서 공모상품화하는 제한을 뒀다. 이로 인해 브라질국채는 이같은 규제 완화의 적용받지 못하고 기존과 같이 사모 상품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공모상품인데 이에 대해 등급 제한을 둔 건 리스크 관리 차원의 접근이지 사모와 공모라는 규정을 구분하기 위한 접근이 아니다"며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