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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강한기업]엘오티베큠, 독일 본사 삼킬뻔한 '진공펌프계 리더'①레이볼드베큠 인수전 참여…국내 강소기업 패기

신민규 기자공개 2017-08-07 09: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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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수많은 국내 강소기업, 그중에서도 '더' 강한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더 강한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에 귀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강한기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과 그들의 극복 노하우도 함께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7년 07월 24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엘오티베큠은 지난해 반도체 장비업계에 일대 사건을 일으킬 뻔 했다. 170년 역사를 가진 독일 진공펌프 기업인 레이볼드베큠의 본사 인수전에 원매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최종 인수자는 스웨덴의 다국적 산업기계전문 제조회사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남겼다. 매출 1000억 원대 국내 강소기업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기업을 인수할 뻔 했으니 말이다.

◇진공펌프사업 인수 후 고군분투…14년만에 본사 인수 시도 '환골탈태'

돌이켜보면 엘오티베큠의 '출사표'가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었다. 엘오티베큠의 설립배경을 살펴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엘오티베큠은 2002년 레이볼드베큠(Leybold Vakuum GmbH)의 건식 진공펌프사업 부문을 인수해 설립된 기업이다.

레이볼드베큠은 세계 최초의 진공펌프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기업이다. 진공펌프업계에선 교보재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다. 90년대까지 승승장구하다시피 했지만 2001년 반도체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든 탓에 위기를 맞았다. 독일 본사 측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건식 진공펌프 사업부문을 떼어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레이볼드베큠의 한국지사에서 12년 넘게 근무했던 오흥식 대표는 고심 끝에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에서 신생기업인 엘오티베큠이 인수자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회자된다.

설립 첫해 매출 100억 원이 안됐던 신생기업은 2015년 1000억 원대 기업으로 훌쩍 커버렸다. 아직 글로벌 기업에 비해 덩치는 작지만 지난해 엘오티베큠의 출사표가 단순한 '호기'로만은 듣기 어려운 이유다. 'Leader of Technology on Vacuum'이라는 사명(Lotvacuum)대로 진공 기술 업계의 최강자가 되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한 셈이다.

◇국내 경쟁사 '제로'…안성공장 적기 확보, 설립 3년만에 IPO

반도체 제조공정은 대부분 진공상태에서 진행된다. 반도체장비 자체가 하나의 진공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정의 특성에 맞는 진공도를 유지하는 것이 반도체의 생산성과 직결된다. '반도체 제조용 진공펌프 시장'이 하나의 개별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전 공정 장비에 속하는 진공펌프 기술은 스웨덴, 독일, 일본 등의 기업이 100년 넘은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기술 진입장벽이 심해 엘오티베큠 외에 경쟁사가 없다.

회사를 빨리 키우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체력을 갖출 필요가 있어서였다. 엘오티베큠은 창립 3년만인 2005년에 기업공개(IPO)를 완료했다.

당시 공모자금은 대부분 안성 공장의 인수에 쓰였다. 안성 공장은 부지확장이란 측면 외에도 가공설비를 공장 내에 보유하고 있어 회사 입장에선 절실한 측면이 있었다. 적기에 모집자금을 확보한 덕에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안성공장 7배, '1만7000평' 오산 통합 사업장 시대 임박

엘오티베큠은 또한번의 파격적인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안성공장부지와 동탄서비스센터 및 판교연구개발센터를 오산 사업장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르면 내년 7월께 완공될 계획이다.

경기도 오산시 지곶동에 위치한 오산 사업장은 1만7000평 규모로 조성된다. 기존 안성공장 부지(2400평)의 7배가 넘는 규모로 생산능력은 최대 10배 이상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산 사업장을 통해 엘오티베큠은 제2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비전2020'이라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회사의 인력 및 생산, 연구개발, 물류시스템 등 스마트 팩토리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오흥식 대표는 "2015년 당시 매출 1000억 원을 넘기고 보니 혼자 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했다"며 "향후 5년, 10년 더 성장하고 매출도 크게 키우려면 전반적인 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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