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 백기사, 사모펀드?…실체는 SK㈜ [격랑 헤치는 해운업계]③'TRS 계약' 신규주주 손실보전, 우회 지원 '영향력 건재'
고설봉 기자공개 2017-10-16 08:02:20
[편집자주]
국내 최대의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격랑 속에서 표류해 온 해운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옛 영광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국적 선사들을 중심으로 한국해운연합이 출범했다. 치킨게임을 중단하고 사라진 항로를 다시 개척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격랑을 헤치고 있는 해운사들의 현주소와 앞으로 항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해운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겪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적분할이 단행되면서 'SK㈜→SK마리타임→SK해운'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이후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상증자 등을 거치며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편입됐다.이 같은 주주 구성 변화에도 불구하고 SK해운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곳이 SK그룹 지주회사인 SK㈜다. 사모펀드가 SK해운 주주로 등장했지만 SK㈜가 뒤에서 백기사 역할을 했다. 표면적으로 SK해운 주주 구성이 바뀌었지만 SK㈜가 여전히 지배력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물적분할·유상증자, SK㈜ 지배력 약화
SK해운은 올 초 물적분할과 유상증자 등을 거치며 지배구조가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SK해운에 대한 SK㈜의 지배력은 표면적으로 약화됐다. 과거 SK㈜가 SK해운 주식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현재는 사모펀드 등으로 지분이 분산됐다.
올 6월 말 현재 SK해운의 최대주주는 SK마리타임이다. 올해 초 옛 SK해운을 물적분할 해 SK마리타임(존속법인)과 SK해운(신설법인)으로 회사를 쪼개면서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 'SK㈜→SK해운'의 구조에서 'SK㈜→SK마리타임→SK해운'으로 이어지는 새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변화는 또 있다. SK㈜가 SK해운 지분을 100% 보유하며 지배력을 행사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사모펀드들이 SK해운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SK㈜는 SK해운이 부실 해소를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SK마리타임이 보유한 SK해운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지배력이 약화됐다. 현재 사모펀드 3곳이 SK해운 지분 약 43%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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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구원 등판, 완전자본잠식 해소
SK해운은 올 초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외부로부터 자본 수혈이 긴급한 상황이었다. SK해운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2219억 9998만 800원의 자본금을 확충하며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증자에 참여한 주체는 모두 사모펀드다.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와 '스페셜시츄에이션제일호(유)'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배정 주식 수는 각각 147만 4926와 507만 3746이다. 기존 발행된 주식 2000만 주에 신주 654만 8672주를 더해 총 발행주식 수는 2654만 8672주로 불었다.
이에 따라 SK해운을 완전 자회사로 거느린 SK마리타임의 지분율은 75.33%로 줄었다.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이 5.56%, 스페셜시츄에이션제일호가 지분 19.11%를 각각 보유한 주주로 올라섰다.
SK마리타임은 또 보유하고 있던 SK해운 지분 18.11%를 '코퍼릿턴어라운드제일호'에 매각했다. 이로써 사모펀드 3곳이 보유한 SK해운 지분은 42.78%로 불어났다. 반면 SK마리타임의 보유 지분율은 57.22%로 떨어졌다.
◇SK㈜, 사모펀드와 TRS 계약, 우회 자금 수혈
SK마리타임이 지분 일부를 시장에 내다 팔면서 SK해운은 위기에서 벗어난다. SK해운이 사모펀드들을 백기사로 맞아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뒤에서 SK해운을 도운 주체는 SK그룹 지주회사인 SK㈜다.
사모펀드들은 SK해운 지분을 인수한 뒤 곧바로 유동화했다. 총 3850억 원 규모 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 TRS) 방식으로 구조를 짰다. 이들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SK해운 주식을 자산으로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ABSTB의 최종 만기는 2022년 5월 11일로 3개월 마다 차환 발행된다. 만기 때는 SK㈜가 SK해운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TRS 계약을 통해 SPC는 유동화자산(SK해운 주식)과 관련한 총수익(손실 포함)을 SK㈜에 이전하기로 했다. SK㈜가 손실보전 주체로 나서 사모펀드들의 손실을 만회하는 구조다. 더불어 사모펀드들은 만기일까지의 SK㈜로부터 고정 수수료를 보장 받는다. 약정된 수익률은 3.14%다.
SK㈜는 해마다 약정에 따라 사모펀드들에게 121억 원을 지불한다. 사모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SK해운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그 대가로 매년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SK㈜가 SK해운에 직접 자본금을 수혈하지 않고 중간에 사모펀드를 끼워 넣는 방법으로 우회적인 지원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IB업계 관계지는 "SK그룹이 이 같은 방법을 통해 SK해운을 우회 지원한 것은 직접 현금 지출 없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를 구하기 위해서"라며 "이 과정에서 TRS를 활용해 향후 지분을 되사오기로 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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