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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회장의 '독주'…아들 삼형제 '설 곳이 없다' [부영의 고속성장과 그늘⑤]지분증여·상속재원 마련 등 과제 산적…일감 몰아주기도 어려워

이상균 기자공개 2018-02-23 07:18:00

[편집자주]

35년 만에 재계순위 20위권에 진입한 부영의 고속성장은 드라마틱하다. 남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은 주택임대업에 진출해 자산 21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냈다. IMF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유수의 건설사들이 추락하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자랑했다. 주택임대업의 특성상 외풍은 피할 수 없었다. 수 조원에 달하는 정부기금 지원과 택지 배정 등으로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이중근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부영의 성장 스토리와 사업구조, 지배구조, 후계구도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12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부영그룹의 가장 큰 잠재리스크로 지목되는 것은 후계자 부재다. 70대 후반인 이중근 회장은 슬하에 3남 1녀를 두고 있지만 이중 후계자라고 공식화할만한 인물이 아직 없다. 자녀들 중 부영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이는 장남뿐이고 그마저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2세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은 진행 중이지만 상속 및 승계재원 마련, 지분 증여 등은 진전이 없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 체제가 확고하고 현 정부 하에서 편법 경영권 승계가 어렵기 때문에 단기간에 무리한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결국 부영그룹 오너 2세가 수천 억 원 규모의 상속 및 증여세를 지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들 삼형제, 승계 위한 발판이 없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성훈 ㈜부영 부사장은 1968년생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법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부영에서 기획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아들 중 유일하게 부영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후계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부영 지분 1.64%와 광영토건 지분 8.33%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이 부사장을 후계자로 공식화할 정도로 입지가 탄탄한 것은 아니다. 이 부사장이 보유한 부영 계열사 지분은 이 회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부영(이 회장 93.79%)과 함께 지주사 역할을 나눠 갖는 동광주택산업(이 회장 98%) 지분은 전혀 없다. 오히려 2014년 이 부사장의 ㈜부영 지분율은 2.18%에서 1.64%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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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인 이성욱 부영주택 전무는 1970년생으로 고려대를 졸업해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긴 유학 생활을 거친 후 부영주택에 합류했다.

삼남인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971년생으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2008년 ‘스페어'를 시작으로 2009년 ‘바람', 2011년 ‘히트' 등을 내놓은 영화감독 출신이다. 부영 계열사 지분은 전혀 없지만 형제들 중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다. 부영이 2016년 ‘남양주 종합 촬영소'를 10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한 것도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속재원 최소 5000억 이상 필요

후계자로 거론되는 세 아들의 보유 지분이 미미하다보니 이들의 회사 내 입지가 그다지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정평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부영그룹의 모든 결재권을 장악하면서 오너 2세들의 역할이 모호해졌다"며 "이들이 회사 내에서 뚜렷한 자기 역할을 찾지 못하고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세 아들들은 부영의 공익재단 세 곳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너 일가 중에서는 이 회장과 함께 부인 나길순씨만 등기이사에 등재돼 있다. 나씨는 삼남이 대표를 맡고 있는 부영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지분 100%)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세 아들들의 입지가 어머니 나씨만도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라며 "이 회장은 ‘사랑으로' 브랜드를 원앙으로 정할 정도로 나씨와 금슬이 좋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회장이 1941년생으로 고령이라는 점이다. 후계자를 정하고 지분 증여를 시작해야 하지만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세 아들이 보유한 지분이 워낙 미미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상속 및 증여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부영은 계열사간 자금거래는 활발하지만 일감 몰아주기는 거의 없다. 5년간 부영 오너일가가 받은 배당금을 살펴보면 이 회장이 1000억 원이 넘는 반면, 장남 23억 원, 차남과 삼남은 각각 2억 원에 불과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개가 넘는 계열사 지분을 100% 가까이 유지하면서 아들들에게 증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해준다. 이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권 승계는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밀린 상태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아들들의 경영 능력을 못 미더워하다 보니 불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재벌들의 편법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10대 그룹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있지만 이후 범위는 점차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단기간에 부영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이 회장이 수천 억 원 규모의 상속 및 증여세를 감수하고 경영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보유한 부영의 지분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상속 및 증여세도 최소 5000억 원 이상으로 예상한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후계자는 없다"며 "향후 지분 증여 및 상속 계획 등도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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