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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춘 공모펀드 '스타매니저'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18-02-22 09:55:35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0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해가 시작되면 자산운용업계에도 FA(free agent) 시장이 열린다. 펀드 매니저들은 한 해 성과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몸값을 올려 부르는 운용사들의 러브콜을 받는다. 누가 얼마를 받고 어디로 옮겼다는 얘기가 회자되면서 스타매니저가 탄생한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운용업계 FA 시장은 꽁꽁 얼어있다. 이맘때쯤 들려야 할 매니저들의 몸값 얘기도 자취를 감췄다. 운용사들은 아예 우수한 매니저 발굴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분위기다. 매니저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둔화됐다. 매니저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지난 2010년 약 3년에서 최근 5.3년으로 두배 가량 늘었다.

스타매니저도 종적을 감췄다. 운용업계서 공공연하게 스타매니저로 불리는 이들은 박건영, 이채원, 허남권, 존리 등 노장(老將)들이 전부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주니어나 시니어급 스타매니저는 찾기 어렵다.

스타매니저의 부재는 매니저들 스스로의 역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운용사 전략 탓이 크다. 수년간 대형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공모펀드들은 시장 수익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운용사들은 매니저의 직관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보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ETF 마케팅에 몰두했다. 매니저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최근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라는 미명 하에 'MP(Model Portfolio)' 운용을 지향하면서 매니저들의 운용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운용사 차원에서 MP를 구성하면 매니저들은 그 안에 편입된 종목에 한해 투자할 수 있다. 매니저들의 직관과 소신을 통제하는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일부 운용사는 스타매니저를 키우는 대신 MP 시스템으로 펀드를 관리한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전면에 내세울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공모펀드 매니저들이 '투자 전문가'가 아닌 '관리자'나 '회사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그나마 선수급 매니저로 입소문 난 인물들은 공모펀드 시장의 위기를 감지하고 서둘러 헤지펀드 운용사나 투자자문사로 떠나고 있다.

펀드와 매니저는 운명 공동체다. 스타매니저 없이는 공모펀드 시장의 흥행을 이룰 수 없다. 지금과 같이 매니저들이 소신과 철학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채 위축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공모펀드 시장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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