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세번에 끝난 흥아해운 주총 적자전환·무배당에 고개숙인 이윤재 회장
고설봉 기자공개 2018-03-26 08:06:17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3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머리가 허옇게 샌 이윤재 흥아해운 대표이사 회장은 나직하고 느린 말투로 "주주님들의 깊은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읽고, 의안을 통과시키는 내내 목소리와 손짓에는 힘이 없었다.흥아해운은 23일 오전 10시 30분 송파구 장지동 송파글마루도서관 지하1층 숲속극장에서 57회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윤재 대표이사(회장)와 박석묵 대표이사(사장), 이환구 부사장, 강대원 감사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우리가 선택하고 집중했던 많은 정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며 "이러한 사업실적과 직간접 금융조달이 매우 어려워진 최근의 자본시장 상황을 감안해 당기에는 배당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의결코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과 재무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흥아해운은 배당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올해 초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본금을 확충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주주들을 챙길 여력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
인사말이 끝나고 부의 안건을 처리하는 동안에도 이 회장은 낮고 느린 말투를 유지했다. 첫 번째 의안을 상정하기 위해 이 회장이 안건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 어디선가 "의장"하고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회장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크고 우렁차고 젊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힌 한 주주는 "회사의 지난해 실적 악화 등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상황은 이미 나눠 준 자료를 통해 다 확인했으니 속히 의안을 통과해 달라"고 말했다. 또박또박 책을 읽듯이 말을 마친 그가 자리에 앉기 전에 이미 좌중에서 "동의합니다"가 터져 나왔다. 첫번째 의안이 통과됐다.
이어 두 번째 의안과 세 번째 의안 처리 모두 비슷한 상황이 연속됐다. 주주 중 한 명이 "의장"을 큰 소리로 외친 뒤 "회사의 상황을 잘 아니 안건을 빨리 통과해 달라"고 요구했다. 좌중은 "동의합니다"라고 그 요구에 부응했다.
의안 3건이 모두 통과되고 이 회장은 "주주님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의사봉을 들어 세번 내려친 뒤 그는 배석한 임원들을 앞으로 불러 세웠다. 이 회장과 임원들이 주주들에게 깊숙히 허리를 숙였다. 이날 흥아해운의 주주총회는 시작부터 마치기까지 총 26분이 걸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재무개선' AJ네트웍스, 조달비용 '확' 낮췄다
- '9년만에 엑시트' 한앤코, 한온시스템 거래구조 살펴보니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인수한다
- [수술대 오른 커넥트웨이브]2대주주 지분매입 나선 MBK, 주식교환 카드 꺼냈다
- [이사회 모니터]이재용 에이비프로바이오 대표, 바이오·반도체 신사업 '드라이브'
- 와이투솔루션, 주인 바뀌어도 '신약' 중심엔 美 합작사 '룩사'
- 아이티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본격 출범
- 아이에스시, AI·데이터센터 수주 증가에 '날개'
- [이사회 모니터]서정학 IBK증권 대표, ESG위원회도 참여 '영향력 확대'
- SW클라우드 '10주년' 폴라리스오피스, “초격차 밸류업”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KB손보, '보장성상품' 주력…킥스비율 개선·경영 안정화 유도
- [은행권 신경쟁 체제]메기 노리는 중소형은행…경쟁구도 다변화 이룰까
- [은행권 신경쟁 체제]농협은행, 한풀 꺾인 성장세 원인은 기업금융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현대해상, 단순한 상품구조 '부채 감소' 효과는 컸다
- ‘리딩뱅크’ 신한은행, 정상혁 행장의 조직 대수술 성과 조기도출
- 신한금융, 리딩금융 탈환 배경 '은행의 도약'
- [컨콜 Q&A 리뷰]신한금융, 은행 자산성장과 글로벌 성과 집중 '시장의 관심'
- KB국민은행, 순이익 뒤에 가려진 영업성과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현대해상, 보릿고개 넘고 한층 탄탄해진 자본항목
- [은행권 신경쟁 체제]기업은행, 코로나19 특수로 마련한 대형은행 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