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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암호화폐 우회 상장 '속앓이' 원화자금 조달 수단 활용 가능…제재 근거 없어

안경주 기자공개 2018-03-30 08:51:11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9일 15: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암호화폐(가상화폐) 열풍이 한풀 꺽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암호화폐까지 국내 시장에 유통되면서 암호화폐 상장(ICO) 시장이 거세게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국내에서 암호화폐로 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ICO를 한 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고민도 커지는 모양새다. 국내 ICO를 제재할 근거조차 없는 상황에서 해외 ICO 후 국내 거래를 통해 원화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막을 마땅한 수단조차 없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옐로모바일의 손자회사인 '더루프'는 지난 21일 자사가 개발한 암호화폐 '아이콘'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을 통해 거래를 시작했다. 아이콘은 조만간 업비트 거래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암호화폐가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국내 암호화폐 거래는 해외기업들이 개발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아이콘은 지난해 스위스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ICO를 진행했다. 이후 홍콩의 바이낸스 등 외국 거래소에 상장했다.

금융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현재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아이콘의 일부가 더루프측이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라는 점이다. 더루프는 아이콘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원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자신들이 보유한 아이콘을 판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ICO를 금지한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암호화폐로 원화 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ICO 전면 금지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ICO를 한 아이콘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을 했다고 해서 국내 ICO 행위로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원화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내 ICO와 비슷한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더루프가 아이콘의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상장을 통해 원화자금 모집이 가능해지면서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스위스에서 ICO를 진행해 자금을 모집한 '에이치닥'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경우 운영자금 마련 등을 위해 원화자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원할 수밖에 없다"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처럼 해외 ICO를 마친 기업들이 암호화폐거래소 상장을 통해 원화자금을 확보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마땅한 제재근거가 없다며 사실상 손놓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국내 ICO 전면 금지'라는 원칙론만 얘기할 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ICO를 마친 기업들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상장을 통해 원화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마땅한 방안은 없다"며 "다만 어떤 형태의 ICO든지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향후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는 은행권에 준하는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또 의심거래보고(SRT), 고액현금거래보고(DTR), 고객확인(CDD)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법안 개정 후 금융당국이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암호화폐의 거래 금지를 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해외 ICO 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하고자 하는 암호화폐를 제재할 근거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국회에 계류된 상태인 만큼 향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다만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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