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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리 좁아지는 벤처캐피탈

권일운 기자공개 2018-04-06 07:57:43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5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업 벤처캐피탈사의 입지는 점차 축소된다고 보는 게 맞아요. 투자 환경이나 자금 모집 환경 모두 전통적인 의미의 벤처캐피탈에게 썩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15년 가까이 벤처투자 심사역으로 일해온 한 벤처캐피탈 임원 L씨의 말이다. 조 단위의 공적 자금이 유입돼 사상 최대 규모의 펀드가 조성되고,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마당에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법한 얘기다.

하지만 L씨의 말에도 나름 일리가 있다. 굳이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또는 신기술금융사업회사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아도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기 때문이다. 또 벤처와 창업 시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다양한 성격의 자금들이 벤처캐피탈이라는 통로를 거치지 않고 기업들에게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5일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코스닥 벤처펀드는 이 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스닥 벤처펀드를 운용키로 한 곳은 대부분 발행시장보다 유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자산운용사다. 하지만 투자 대상 자산은 '벤처기업의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벤처 또는 벤처기업 해체후 7년 이내의 코스닥 기업'으로 벤처캐피탈 업무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벤처캐피탈은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영역 다툼을 벌이게 됐다. 벤처기업들의 몸값이 점차 높아지면서 펀드 규모 확대가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된 게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러다 보니 중소·중견기업 투자에 주력하는 이른바 '미드캡 PEF'들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운용사 선정이 작업이 한창인 성장지원펀드 출자사업에서 벤처캐피탈들은 전업 PEF 운용사들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할 판이다. 성장지원펀드 조성을 맡은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벤처캐피탈과 PEF를 별도로 선정하던 기존 출자사업과 달리 별도의 칸막이를 두지 않기로 했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라이선스를 일일이 세분화하고 각자의 역할을 지나치게 엄격히 규정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정책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업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존재감에 대한 위기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벤처캐피탈은 금융자본이면서 산업자본의 색채를 강하게 띤다는 점이다. 투자 기업의 성장이라는 지표를 자신들이 누릴 자본 차익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중시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하기만 한다면 출자자들은 쉽게 벤처캐피탈과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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