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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사야 하는데 3조뿐…삼성물산 곳간이 '숙제' [삼성 지배구조 딜레마]③바이오로직스 활용 쉽지 않아…주가 방어 등 난제 산적

김일문 기자공개 2018-04-06 07:53:57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5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은 돈이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삼성물산이 얼마나 많은 돈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물산이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면 순환출자 구조도 해소되고 금산분리 이슈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당장 돈을 확보할 뾰족한 수단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배구조를 정부 잣대처럼 명확히 하려면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면 된다. 현재 시가로 약 30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은 3조원 남짓, 일부 자산을 팔아도 30조원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시기와 방법을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사정 나쁘지 않지만…배당확대 등으로 여력 크지않아

정부는 지속적으로 금산분리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유한 산업 회사들의 지분을 팔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겨냥한 곳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다.

당장 올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0.4%, 약 1조2000억원 어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0%를 초과하게 된다. 금산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0.4% 가량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 지분은 삼성물산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율이 4.63%에 불과한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이 지분을 가져와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0.4%의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말 연결기준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은 3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현재 진행중인 서초사옥 등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면 과중한 수준은 아니다. 삼성 서초사옥 매각 금액은 7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금산분리 이슈 해소를 위해 향후 추가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한다면 이를 삼성물산이 감당하긴 상당히 힘들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25조 원, 삼성화재 지분은 약 5조원에 달한다. 이 지분을 일시에 정리할리 만무하지만 삼성생명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 나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보험업법은 자산 대비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취득원가로 할지, 시가로 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순차적으로 팔 수 밖에 없다.

삼성물산은 작년에 29조 2800억 원의 매출과 1조 3600억 원의 상각전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의 순차입금은 3조 원 정도다.

삼성물산이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을 지분 매입에 모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적이 개선되고 재무 여력이 나아지더라도 배당 확대 등으로 인해 자금 소요 여지가 과거에 비해 더 높아졌다. 삼성물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연초 향후 3년간 1조 원의 배당을 약속한 상태다. 900억 원 수준이었던 작년 배당금과 비교할 때 올해부터는 세 배가 넘는 돈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줘야 한다.

삼성물산의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지분 확대에 나설만큼 여윳돈을 확보하긴 힘든 상황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통상 에빗타 대비 순차입금 규모가 3배 이하면 재무상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투자부담이 크거나 부외부채, 지급보증 등이 엮여있지 않다면 현재 삼성물산의 재무구조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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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7년 사업보고서(연결기준)

◇바이오로직스 활용, 삼성전자에 부담…"쉽지 않아"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활용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 역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보유한 1대 주주다. 2대 주주는 31.49%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다. 증권가에선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모두 삼성전자에게 팔아 유입되는 돈으로 삼성생명이 매각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는 현재 시가로 약 14조 4500억 원에 달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기하는 대신 5%에 가까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5% 아래로 떨어뜨려 금산분리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배임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의 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 없다면 주주들이 경영진을 배임으로 걸고 넘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주주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용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로 하여금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인수하도록 만드는 발상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 고리 없애야 하는데…주가 방어도 숙제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가 하락 방어도 삼성물산에게는 숙제다. 8월 말까지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 2.11%를 외부에 팔아야 하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보유분까지 합하면 총 6% 남짓의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일부 부담할 수 있지만 개인이 이 물량을 책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호주주를 섭외하는 방안도 녹록치 않다. 결국 삼성물산 지분의 상당량이 블록딜로 소화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주가 하락이 현실화 될 경우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탓에 피해를 입었다고 항의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규모 배당을 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주요 계열사들의 현금 유출이 동반돼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이자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각별히 주가를 관리해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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