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콜, 순익 10배 배당에 차입까지…악화된 재무구조 [중소형가전사 경영분석]②이스트브릿지-골드만삭스 PIA 컨소시엄 인수후 2년새 부채비율 3배로
서은내 기자공개 2018-04-26 07:53:01
[편집자주]
생활가전 산업은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고착화돼 있다. 하지만 틈새수요를 파고들며 가전 시장을 키우는 소형 가전사들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한국판 '다이슨'을 꿈꾸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주목하는 중소형가전업체들의 경영 상황을 짚어보며 업계의 변화상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5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무나 실적 면에서 우수한 업체였던 해피콜이 PEF로 피인수된 후 2년만에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배당에 유상감자 등으로 자본규모는 줄어든 반면 차입 증가로 부채 규모는 확대됐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77%로 전년도(19.6%) 대비 3배 상승했다. 최근 5년 간 매년 15~20%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해온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해피콜은 사모펀드 업계에서 희망 투자 리스트 최상단에 올라온 업체다. 꾸준한 실적 성장과 건실한 재무구조 덕분이다. 하지만 이스트브릿지-골드만삭스 PIA 컨소시엄이 해피콜을 인수한 뒤 유상감자와 배당 등이 늘어나면서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해피콜은 이현삼 전 회장이 1999년 세운 회사다. 이 회장은 수입 브랜드가 휩쓸던 국내 주방용품 업계에서 2001년 '양면팬'을 개발, 출시해 2000만개 이상 판매 실적을 올렸다. 다이아몬드 후라이팬도 개발해 1000만개 이상 팔았다. 해피콜은 2016년까지 십여년간 안정적인 이익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다.
이현삼 회장은 돌연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이스트브릿지-골드만삭스 PIA 컨소시엄은 2016년 9월 1800억원에 해피콜 지분 전부와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회장은 해외진출을 통해 한단계 성장을 꾀했으나 자금력, 네트워크 등에서 한계에 부딪혀 경영권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 회장은 자신과 특수관계자 지분 100%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사모펀드가 세운 페이퍼컴퍼니 로카스홀딩스에도 이 회장은 지분 일부를 투입했지만 경영에선 완전히 손을 뗐다.
해피콜은 2016년 인수 직전까지 꾸준히 실적이 상승했지만 인수 후 1년여 만인 지난해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뿐만 아니라 부채규모는 확대되고 자본규모는 줄어들면서 재무구조도 덩달아 악화됐다. 이같은 재무구조 악화는 인수 전 최대주주의 지분 회수, 인수 후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 등의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다.
해피콜은 지난해 배당금으로 총 305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해피콜은 2016년 사업분에 대한 기말 배당을 101억원, 2017년엔 연중 한 차례 204억원 규모의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2017년 분에 대한 기말배당은 없었다.
지난해 배당 성향은 895%에 달했다. 지난해 해피콜은 당기순이익이 전년(157억원) 대비 급감한 22억원을 기록했는데 중간배당금은 순이익의 10배에 달했다.
2016년에는 한차례 중간배당과 함께 유상감자로 인한 자본 축소가 있었다. 사모펀드에 인수되기 전인 2016년 3월 해피콜은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유상감자를 결정하면서 1주당 410만원에 총 3040주를 감자했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식 수를 줄여 자본을 감소시키고 그만큼 생긴 자금을 주주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해피콜의 유상감자 과정에서 주주에게 현금 125억원이 지출됐고 '감자차손'이라는 자본 손실액 124억원을 인식했다. 또 중간배당으로142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이현삼 전 회장에게 대부분 지급된 것이라 보면 된다. 인수 직전 이 회장 지분율은 90%, 기타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이현삼 전 회장은 해피콜 매각에 앞서 약 150억원과 지분 매각에 따른 대금 1800억원을 확보한 셈이다.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은 1800억원을 들인 뒤 300억원 가량을 배당으로 확보했다.
2년 사이 이같은 과정을 통해 총 자본 규모는 2015년 말 870억원에서 지난해 말 487억원으로 45%나 축소됐다. 반면 지난해 단기차입금을 급격히 늘리면서 부채 규모는 크게 늘었다. 영업으로 인한 현금 사정이 좋지 않은데에다 배당으로 300억원 이상 현금이 지출되면서 부족한 자금을 차입으로 메운 것으로 보인다.
해피콜은 토지, 건물 등 271억원 규모의 유형자산을 담보로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 목적으로 총 245억원을 단기차입했으며 만기는 오는 5~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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