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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금감원장 윤석헌은 '삼성 저격수' 아니다 개혁·법리·원칙에 무게…감독 본연의 기능을 통해 우회적압박 관측

신수아 기자공개 2018-05-08 08:20:12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4일 19: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가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되자 시장의 시선이 삼성그룹으로 향하고 있다. 윤 내정자가 과거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를 주도했던만큼 삼성그룹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이슈에 대한 삼성의 자발적 처리를 종용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와 관련된)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자발적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며 사실상 삼성을 저격하기도 했다.

금융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강경한 입장을 피력한 만큼, 새롭게 선임된 감독당국 수장 역시 이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실제 그간 윤 내정자는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금융위원장 직속의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윤 내정자는 금융권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조했으며,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관행을 비판하는 동시에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 내정자는 이건희 차명계좌의 과징금 부과를 주도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첨예한 논란으로 비춰졌던 사안을 정리하며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바로 이 지점이 향후 삼성과 '날을 세울 수 있다'라는 인상을 풍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것만 놓고는 윤 내정자가 최 위원장과 같은 적극적인 행보에 동참할 것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 우선 윤 내정자가 당시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과정을 살펴봐야한다. 그는 이건희 차명계좌 문제를 설명하면서 줄곧 '법리와 객관성'을 거론했다.

이건희 차명계좌 처리 문제를 직접 설명한 '현안과 정책 210호'에서 그는 "차명계좌를 실소유자 명의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주장대로 객관적인 방법으로 확인이 꼭 필요하다"며 "그런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건희 차명계좌는 실명전환 대상이 되고 아울러 차등과세 및 과징금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 "(문제가 된 이건희 차명계좌는)2008년 삼성특검이라는 매우 객관적인 확인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4월 삼성특검은 1197개 이건희 관련 계좌 중 금융실명법상 실명확인 절차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아 금감원으로부터 제재 받았던 1021개 계좌는 모두 차명이었다고 결론내렸다. 또한 이들 중 금융실명제 시행일 이후 개설된 1001개는 삼성 구조본부에서 편법적으로 임직원들의 실명 확인을 거쳐 만든 계좌들이었다고 밝혀낸 바 있다.

이미 법리적인 검토와 객관적인 검증이 끝난 사안임에도 애매한 입장을 밝힌 금융당국이 논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검의 조사와 발표보다 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고 강조하며 당시 차명계좌의 거래는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의 사안 역시 법리적 쟁점과 객관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문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회사 총자산의 3%(혹은 자기자본의 60%)만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주식은 '취득원가'로 계산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취득원가는 약 5600억원으로 삼성생명의 총자산 개별기준 258조원 대비 3%미만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험사의 주식보유 제한기준을 시가평가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현행법에 따라 삼성생명의 전자지분 보유는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으로 금산분리 10%룰을 위반하는 부분도 숱하게 저격을 받는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연내 추가 소각에 나서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0% 초과가 확실시 된다. 금융회사는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자의 지분 10%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다만 삼성생명은 10% 초과지분은 지체없이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현재는 자사주 소각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초과지분을 매각한다면 이 역시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자칫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할 경우 정치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윤 내정자가 당장 압박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되는 이유다.

오히려 그간 그의 발언을 살펴볼 때 감독 본연의 기능을 앞세워 우회적으로 종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금감원은 브레이크의 역할을, 금융위원회는 엑셀의 역할을 맡아야 된다고 주장해 온 인물로, 가속페달(금융산업정책)과 브레이크(금융감독업무)를 분리해야 제대로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2015년 기고글에서 그는 금감원의 종합검사 기능 폐지에 대해 비판하며 "감독정책상 혼선은 금융의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함께 책임지는 금융위원회 체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금융감독이 무력화돼 위험이 확대되면 결국 소비자와 국민의 몫으로 귀착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문제가 최적화된 감독 시스템 하에서 단계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들이다.

최근 틀을 잡아가고 있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법규준이 예시가 될 수 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의 대표 사례로 삼성을 꼽고 있는 상황이다. 비금융 계열사 지원에 따른 동반부실위험을 최소화해야한다는 관점으로 이를 감독 기준에 포함시켜 면밀히 살피겠다는 요지다. 강화된 감독기준을 근거로 대기업을 압박해 금융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틀은 앞서 그가 주장해 온 내용과 일치한다.

다만 '효율적인 감독시스템'을 강조해 온 만큼, 리스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낸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 문제는 매서운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금융소비자 피해가 유발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감독과 검사가 혁신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삼성증권의 사례는 그의 소신을 증명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윤 내정자는 앞서 다수의 언론 인터뷰에서도 "금감원은 시스템 리스크를 막아주는 최후의 역할"이라며 "금융에 대해 훼손된 신뢰를 브레이크역할을 잘 해줘 국민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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