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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1위' 고려제강, 아킬레스건 '미국·로프사업' [격변기 중견 철강사]①美법인 4년간 678억 순손실, 로프사업도 적자 지속

박창현 기자공개 2018-05-15 08:12:22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9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제강은 특수선재 시장 1등 기업이다. 70년 동안 선재 생산 외길을 걸어오면서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생산능력과 판매실적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외 계열사는 30여 곳에 달하고 자산 규모는 2조 4000억원이 넘는다.

다만 꾸준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측면에서는 최근 아쉬움이 크다. 조선과 건설 등 전방산업 침체로 핵심사업인 로프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한 미국 생산법인도 턴어라운드에 실패하면서 수익성 악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려제강은 특수선재 시장 1등 기업으로, 중견 철강 기업 중에서도 눈에 띄는 실적을 내고 있다. 지속적인 해외 시장 진출 노력에 힘입어 2013년 1조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조 5000억원을 넘어섰다. 4년만에 43.4%의 매출 성장을 이룬 셈이다. 고려제강은 현재 80여 개국에 특수선재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달한다.

고려제강

괄목할만한 외형성장을 이뤘지만 수익성은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는 커녕 오히려 이익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492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443억원으로 줄더니 2016년에는 400억원 벽이 무너졌다. 지난해에도 총 이익 규모가 388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 또한 4.5%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져 현재는 2%대에 머물고 있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나빠진 모양새다.

수익성 후퇴는 핵심 사업부문인 '로프사업' 부진 영향이 컸다. 고려제강 사업은 크게 와이어로프, PC강영선을 생산하는 '로프사업'과 스프링와이어, 비드와이어를 만드는 '선재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로프부문 제품은 주로 선박과 크레인, 건설용 로프로 많이 활용된다. 선재부문 제품의 경우 자동차 타이어와 부품 등에 쓰인다.

두 제품 모두 전방산업 업황에 따라 수익성이 갈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3년간 자동차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룬 반면 로프사업 전방 산업인 조선업과 건설업은 침체기를 맞았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고려제강에도 전해졌다.

실적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로프부문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출이 역성장했다. 2014년 당시 3624억원 수준이었던 매출 규모는 2016년 3359억원으로 감소했다. 기계 설비 운영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2016년 영업손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그해 로프부문에서 총 39억원의 적자가 났다.

지난해에는 업황이 개선되면서 전년 대비 42.3%나 늘어난 47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원자재비 상승 등 이익 감소 요인 탓에 적자는 지속됐다. 그나마 적자폭이 13억원까지 줄어든 점이 위안거리였다.

고려제강

핵심 해외 생산기지인 미국법인들의 턴어라운드 실패도 뼈아팠다. 고려제강은 1999년 일찍이 미국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2014년에는 아르셀로미탈로부터 미국 생산공장을 582억원에 사들이면서 생산능력을 더 키웠나갔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현재까지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새로 인수한 미국 '키스와이어 파인 블러프(KISWIRE PINE BLUFF)'의 경우 그룹 편입 이래 단 한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2014년 47억원 순손실을 시작으로 2015년 132억원, 2016년 190억원, 2017년 131억원의 적자가 났다.

기존 미국법인인 '키스와이어 아메리카(KISWIRE AMERICA)' 또한 동반 부진에 빠졌다. 2015년까지 간신히 이익을 내다가 2016년 48억원 순손실이 났고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151억원으로 늘어났다. 두 법인 모두 매출은 증가 추세인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시장 내 동종 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최근 4년간 미국법인들에서 발생한 누적 순손실 규모만 678억원에 달한다. 작년에만 두 법인에서 28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고려제강 입장에서는 미국법인 손실만 아니었다면 최대 실적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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