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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감리위 이견…다른 업권도 '우려' IFRS 모호성, 가이드 부재…게임·정유 등 타업권도 전전긍긍

원충희 기자공개 2018-06-05 14:18:08

이 기사는 2018년 06월 01일 11: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논란을 심의하는 3차 감리위원회가 10시간 걸친 회의에도 불구하고 의견일치에 실패했다. 종속·관계기업 분류기준이 되는 '지배력'에 대한 연결재무제표 국제회계기준(IFRS10)의 모호성 때문인데 결국 가이드라인 부재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더 문제는 IFRS의 모호성 탓에 다른 업권에서도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제대로 된 해석을 해주는 공식기관도 없다는 점이다. 제2, 제3의 삼성바이오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심의를 위한 제3차 감리위가 지난달 31일 열렸지만 결국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24일에 열린 1차, 2차 감리위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10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가 진행됐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감리위는 오는 7일 개최할 증권선물위원회에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구분해 심의결과를 전달키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회계전문가인 감리위원들 사이에서도 쟁점별로 회계처리 기준 위반여부, 고의성 여부 등에 대해 이견이 나왔다"며 "그만큼 이 문제가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인지, 당해 콜옵션의 실질성이 2013년 이후 변화했는지 여부 등이다. 삼성바이오 측은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 신약개발이 궤도에 오르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관계회사로 처리했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감독원은 콜옵션 행사 가능성만 보고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분식이라는 지적이다.

IFRS10 회계기준서에 따르면 종속·관계회사를 구분하는 기준인 '지배력'은 투자자의 권리가 투자자에게 지배력을 주기에 충분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투자자는 자신과 다른 당사자가 보유하는 잠재적 의결권(콜옵션 등)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판단기준은 제시하지 않는다. IFRS는 중심 원칙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예외 경우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 재량권이 넓다. 회계전문가들이 삼성바이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한 부분도 이런 특성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콜옵션의 의미와 공정가치 평가가 가장 큰 이슈인데 IFRS는 기업의 원칙과 금융당국의 원칙이 서로 달라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산정방식인 현금흐름할인법(DCF)도 보는 회계사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 IFRS 도입을 주도했던 곳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금감원이다. 2007년에 한국형 국제회계기준(K-IFRS)을 발표했고 2009년부터 단계적 도입, 2011년에 모든 상장사에 적용시켰다. 도입 당시에는 회계투명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겠다며 서둘러 들여왔지만 모호한 부분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았다.

IFRS의 어설픈 도입과 운영이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해석하는데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큰 만큼 금감원과 회계기준원 등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기업 재량에 아예 맡기고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문제는 IFRS가 바이오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업권에도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선 IFRS9(금융상품) 도입으로 충당금 부담이 늘어났으며 보유증권 매각이익도 당기순익에 반영하기 어려워졌다. 건설업계, 게임업계 등에선 IFRS15(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이 이슈다. 수익원천인 지급청구권과 지적재산권의 매출인식 방식이 달라져 비용처리 기준과 부채비율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항공사들에겐 IFRS16(리스)가 화제다. 그동안 운용리스는 비용으로 처리했지만 앞으로는 부채로 계상해야 한다. 운용리스가 많은 항공사들은 부채비율이 급등하게 생겼다. 보험사들은 IFRS17(보험부채)가 오는 2021년에 도입되면 부채를 시가 평가해 이에 상응하는 막대한 자본을 쌓아야 한다.

IFRS의 모호성 탓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해석을 해주는 기관도 없다. 그렇다보니 삼성바이오 회계논란을 보며 전전긍긍하는 기업들도 나온다. 상장에 도전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사전에 감리이슈를 걸러내기 위해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계전문가들은 "이번 삼성바이오 사태를 보면 구체적인 해석 없이 기업 재량권을 인정해주는 IFRS을 도입해놓고 사후에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답답한 면이 있다"며 "IFRS 도입 8년째지만 국내 회계투명성 수준이 여전히 세계 하위권인 이유"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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