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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틸, 외형성장의 그늘 '현금창출 둔화' [격변기 중견 철강사]④외상판매 증가·재고관리 실패 영향, 설비투자 대신 실탄 축적

심희진 기자공개 2018-06-11 13:11:00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04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스틸이 지난해 2000억원대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로 거둬들인 현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상승에 따른 송유관 등의 수요 증가로 수출액이 전년대비 2배가량 늘었지만 거래처 외상판매가 누적되면서 현금이 들어오기는커녕 오히려 빠져나갔다.

하이스틸은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액 2117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42%, 영업이익은 57% 늘었다. 연 매출이 2000억원대를 넘어선 건 2012년 이후 5년만이다. 영업이익은 2008년 149억원 이후 처음으로 100억원대를 돌파했다. 순이익은 전년보다 2배이상 증가한 85억원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강관 수출 증가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2015년 말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진 유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주도 감산 조치 등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60달러선을 회복했다. 덕분에 중동지역의 유전 개발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가스관, 송유관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2015~2016년 500억원 초반대였던 하이스틸의 수출액은 지난해 1090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판매가격이 상승한 것도 수익성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2015~2016년 톤당 70만원대였던 하이스틸 강관의 수출가격은 지난해 약 98만원까지 올랐다.

하이스틸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전년보다 줄어든 덕분에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며 "여기에 강관의 수출 시장이 확대되면서 외형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1년 이후 6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장부상에는 상당량의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반영됐으나 실제로 기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은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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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이스틸의 곳간엔 현금이 쌓이지 않고 오히려 20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데에는 매출채권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2016년 말 기준 261억원이었던 하이스틸의 매출채권 잔고는 지난해 말 288억원으로 늘었다. 거래처에 외상으로 제품을 판매한 금액이 1년 사이 40억원가량 증가한 탓에 현금이 유입되지 않았다.

2017년 재고자산 잔고가 2016년 대비 40억원가량 늘어난 것도 운전자본 부담을 거들었다. 외상이 아닌 현금결제로 원재료를 구입한 물량이 전년보다 40억원가량 늘어난 것도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사라진 하이스틸은 보수적 자금운용 전략을 고수했다. 2016년만 해도 충청남도 당진2공장 등 설비 증설에 150억원가량을 투입했지만 지난해에는 15억원만 지출했다.

대신 소구경 ERW(전기저항용접) 강관을 생산하던 인천2공장을 매각해 약 165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이와 동시에 금융상품 투자로 눈을 돌렸다.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안전자산에 자금을 묶어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2015~2016년 30억~40억원 안팎이었던 단기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규모는 지난해 180억원으로 4배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생산활동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잉여자금을 금융자산 매입에 활용한 덕분에 하이스틸의 현금 유보금은 설립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77억원으로 2016년 말 172억원과 비교해 60%가량 늘었다. 전체 자산총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2016년 6%대에서 지난해 11%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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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창출력이 회복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쿼터제를 도입함에 따라 올해부터 판매량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스틸은 지난해 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현지법인(HISTEEL PIPE&TUBE)을 설립했다.

하이스틸 관계자는 "전세계 30여국에 강관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중 수요가 가장 큰 곳은 미국"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무역장벽으로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철강제품 해외 판매법인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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