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20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텐센트의 분기 순이익이 13년 만에 첫 역성장했다는 소식이 게임 업계를 강타했다. 게임 매출 감소로 전체 매출 증가율이 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텐센트 실적 하락 소식에 신흥국 증시만 흔들린 것이 아니라 중국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들도 당황했다.텐센트의 매출 부진은 중국에서 판호 발급이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게임 업계와 궤를 함께 한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일종의 허가권이다. 외국 업체 뿐 아니라 중국 업체도 게임 서비스를 하려면 판호를 받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를 하며 작년 3월 이후 판호 발급이 중단된 상태다.
판호 발급 중단은 텐센트의 신작 출시 지연으로 연결이 됐다. 텐센트가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게임은 15개인데 이 중 한국 게임도 다수 포함됐다. 이 중 하나인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과금을 하지 않는 버전으로 서비스를 일단 시작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며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지 못해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도 판호 발급이 막혀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는 자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내자판호까지 중단했다. 중국 개발사와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우회 진출하기도 쉽지 않아진 것이다. 최대 게임 기업 조차 규제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자 텐센트를 우군으로 삼았던 국내 게임 업계의 고민이 짙어지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서비스가 막히며 업계 관계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한국 업체의 입지가 줄어들 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이 한국 게임을 모방해 내놓은 짝퉁 게임들이 시장을 잠식한다. 문제는 국내 업체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몽니는 게임 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다양한 형태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게임 업계가 지금은 판호 발급 중단 사태를 겪고 있지만 중국발 위기는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올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기초 체력을 갖추는 것만이 해법이다. 게임의 기초 체력은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다.
최근 한국의 게임들은 안정적인 흥행을 위해 기존 성공 사례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출시되는 게임도 대부분 기존의 IP를 활용했거나 성공한 장르의 비슷한 게임들이 대부분이다. 재미라는 본질을 잊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업계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법칙을 다시금 새겨볼 때다. 펍지는 전 세계 유저가 모이는 플랫폼 '스팀'에 배그를 선출시하며 기존과 다른 세상에 기회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대규모 홍보 마케팅도 없었다. 게임을 통해 재미를 느낀 유저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했다. 위기일수록 업계가 게임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본질을 잊으면 위기는 계속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재무개선' AJ네트웍스, 조달비용 '확' 낮췄다
- '9년만에 엑시트' 한앤코, 한온시스템 거래구조 살펴보니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인수한다
- [수술대 오른 커넥트웨이브]2대주주 지분매입 나선 MBK, 주식교환 카드 꺼냈다
- [이사회 모니터]이재용 에이비프로바이오 대표, 바이오·반도체 신사업 '드라이브'
- 와이투솔루션, 주인 바뀌어도 '신약' 중심엔 美 합작사 '룩사'
- 아이티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본격 출범
- 아이에스시, AI·데이터센터 수주 증가에 '날개'
- [이사회 모니터]서정학 IBK증권 대표, ESG위원회도 참여 '영향력 확대'
- SW클라우드 '10주년' 폴라리스오피스, “초격차 밸류업”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바이어 人사이드]30년 쌓은 델리 코너 노하우, 경쟁력 강화 핵심 '열쇠'
- '공사 재개' 기대감 CJ라이브시티, 이사회 전열 재정비
- [바이어 人사이드]노브랜드, 본업 경쟁력 강화 히든 '조커' 등극
- [바이어 人사이드]"공간의 한계가 오프라인의 강점, 상품력으로 연결"
- [바이어 人사이드]고물가·왕서방 '이중고' 유통가, 품질·가격 잡기 '사활'
- 삼양그룹, 알짜 계열사 엔씨켐 IPO 준비 본격화
- [통합 이마트 출범]트레이더스와 매입 조직 일원화, 바잉 파워 승부수
- [thebell desk]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의 과제
- [에뛰드는 지금]외형 확장 전략 본격화, '글로벌·온라인' 승부수
- 꿈비 박영건 대표, 첫 콜옵션 카드 손에 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