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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퇴짜'부터, 도 넘은 잣대…IPO 줄줄이 발목 [지정감사 권력화 논란]전 감사인과 빈번한 갈등, 상장 일정 차질…갑질 논란도

신민규 기자공개 2018-10-02 07:46:30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9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예정법인들이 지정감사인의 감사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가 강화된 이후 상장 절차 가운데 가장 앞단부터 회계 이슈에 발목이 묶이는 모습이다.

당초만 해도 업계에선 회계 투명성이 전반적으로 강화된 영향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정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회계기준에 따라 충분히 수용가능할 만한 내용도 '퇴짜'를 놓는 탓에 전 감사인과 마찰이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선 상장법인에 대해 주기적(6+3년) 감사인 지정제도가 도입되면서 영업 걱정을 덜어낸 회계법인이 지나치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비상장사는 상장예비심사 청구 전 사전준비 단계에서 증권선물위원회에 회계감사인 지정을 신청해야 한다. 지정감사인은 복수지정 방식으로 금융당국이 두 곳을 제시하면 한 곳을 선택해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올해 들어 상장예정법인이 지정감사를 무난히 통과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지정감사인이 회계이슈를 제기하면 전 감사인과 마찰이 빚어지면서 전반적인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상장 주관을 맡은 IB들은 금융당국에 서면질의라도 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근본적인 대비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감사과정에서 독립성 보장을 이유로 개입을 꺼리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내 분쟁조정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일단 제3자에 맡기면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IB는 "올해 예비심사 청구가 예정된 기업 가운데 절반이 지정감사 이슈에 걸려 있어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에 지정감사까지 수위가 높아져 이대로라면 연말 청와대 민원이라도 넣어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회계감사 기조가 전반적으로 강화된 데다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여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들이 지정감사를 맡으면서 일말의 위험 감수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셈이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금융당국의 회계 투명성 강화 기조가 회계법인의 수익에 기여하고 있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상장법인에 대해서도 지정감사를 도입하는 '주기적(6+3년) 감사인 지정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회계법인 지정을 상장기업 자율에 맡기던 기존 방식(자유수임제)에서 벗어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감사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도록 했다. 상장사들은 6년간 자유수임제 시행한 뒤, 향후 3년간은 지정감사제를 적용받게 된다.

시장 관계자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가 발표된 이후 국내 대형 회계법인은 '영업은 끝났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자신에 찬 모습"이라며 "회계법인이 그간 과오를 자성하기는커녕 과도한 회계감사 보수를 요구하고 감사 또한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회계법인은 175곳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빅4'로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은 이같은 제도변경의 결정적 수혜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정감사제 도입 덕에 회계법인이 감사 수주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지정감사 장기화와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 영향으로 올해 IB들은 전반적인 IPO 실적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연내 105곳 이상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다고 한 것과는 상당한 간극을 드러낸 셈이다. 당장 상반기만 비교해봐도 지난해 대비 저조한 상장 건수를 기록했다.

국내 IB들은 지정감사인의 갑질을 끊으려면 복수지정제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방식으로 금융당국이 두 곳을 지정해 선택하도록 한 탓에 회계법인이 과잉보수를 요구하는 등 갑질을 방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0년부터는 복수지정제를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상장법인의 경우 보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증권선물위원회가 복수지정하는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 제도를 놓고 유관부서간 엇박자가 너무 심하게 나는 것 같다"며 "코스닥 상장 활성화를 내세운 거래소 취지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데다가 금융감독원, 한국공인회계사회, 거래소 간 조율도 이뤄지지 않아 비상장기업만 이중규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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