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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지정제도, 갑질 관행 키워…순기능 상실 [지정감사 권력화 논란]과잉보수 요구에 책임회피 현상 만연…풀(pool) 제도 전환 대안

신민규 기자공개 2018-10-02 07:46:19

이 기사는 2018년 09월 20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예정법인에 대한 외부감사인 지정제도가 도입된지 30년 가까이 됐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강조한 이후 당초 목적과 달리 갈수록 회계법인의 권력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회계법인들이 지정감사 수위를 일방적으로 높인 탓에 기존 제도들이 순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감사보수 상승을 막고 상장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외부감사인 복수지정제의 경우 오히려 회계법인의 '갑질'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선 두곳 중 어느 곳을 선택해도 과잉 보수 요구에 책임 회피 현상이 만연해 제도 개선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부감사인 지정제도는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기업의 감사인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해 주는 제도로 1989년 시행됐다. 감사인의 독립성과 외부감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컸다.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STX조선, 대우조선해양, 모뉴엘 등의 대형 회계비리 사태가 발생한 탓에 회계 투명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회계감사의 적절성 평가에서 후진국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면서 금융당국은 대대적인 회계 개혁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정감사 제도를 상장 여부를 떠나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손질에 나섰다. 상장사의 경우 주기적(6+3년) 감사인 지정제도가 2020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상장예정법인의 경우 기존대로 복수지정 방식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제도 개선의 불똥은 본의 아니게 상장예정법인으로 튀고 있다. 외부 감사인으로 지정된 회계법인은 최근 IPO를 앞둔 기업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IB 가운데 지연된 딜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일정에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외부감사인이 기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은 2016년 상장예정법인에 대해 복수 감사인을 지정하도록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을 고시했다. 당초 제도 도입 목적은 지정감사에 따른 감사보수 상승을 막고 상장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두곳을 지정해주면 기업들이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하지만 회계법인이 '갑'으로 변한 상황에서 복수 감사인 지정제는 순기능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어느 곳을 지정해도 외부 감사인의 태도가 대동소이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감사보수의 경우 수천만원 수준에서 연간 수억원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하게 저가 수임 경쟁을 하던 방식에서 몸값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셈이다. 지정감사에서 일단 퇴짜를 맞으면 내년에 다시 의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늘어나는 점도 있다. 상장예정법인 입장에선 지정감사 의견을 받지 못하면 상장 절차에 착수할 수 없다보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재의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0년부터는 복수지정제를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상장법인의 경우 추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복수지정제를 한동안 유지할 계획이다.

시장 관계자는 "회계감사에 대한 적정 기준이 있는데 무조건 지정감사 지시대로 하라는 식이라 따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복수지정제를 폐지하고 풀(pool) 제도를 도입하든지 해야 도 넘은 회계법인의 '갑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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