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IPO 적기 놓쳤나…유가하락 한파 비교기업 에쓰오일 주가, 고점 대비 24% 급락…정유업계 실적 '적신호'
양정우 기자공개 2018-12-03 07:14:0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9일 1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에 재시동을 걸었지만 난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제 유가의 가파른 하락세에 에쓰오일(S-Oil) 등 정유주 주가도 주저앉고 있다. 감리 여파에 상장 일정이 지연되면서 불리한 시장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29일 IB업계에 따르면 내년 초 코스피 입성을 다시 추진한다. 그간 회계감리 이슈에 IPO 작업이 중단됐지만 전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경징계로 결론을 내렸다. 이제 상장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상장 스케줄이 지연되는 와중에 공모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점이다. 국내 주식 시황 자체가 위축된 가운데 정유사는 유가 급락의 위기에 처해있다. 유가가 갑자기 떨어질 경우 비쌀 때 사놓은 원유 가격이 하락해 장부상 손실이 불가피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두바이유 가격은 전일 배럴당 65.5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3일엔 연중 최저점에 근접한 65.35달러로 집계됐다. 연초부터 우상향을 그리던 두바이유는 지난달 초 배럴당 84달러를 상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 원유 재고가 늘고 있어 단기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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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는 이미 2014년 4분기 재고손실의 악몽을 겪었다. 당시 두바이유 가격이 한분기만에 35% 가량 폭락하면서 업계의 전체 손실 규모가 1조5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올해 4분기 역시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사의 실적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정유 4사 가운데 에쓰오일은 현대오일뱅크와 가장 유사한 기업으로 꼽힌다. 에쓰오일의 주가는 지난달 2일 주당 13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국제 유가 하락에 24%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과 GS 등도 주가 흐름이 부진한 건 마찬가지다. 피어그룹의 주가가 바닥을 기는 만큼 앞으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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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의 적정시가총액을 8조~10조원 수준으로 분석해 왔다. 예상 공모금액은 1조~2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비교기업의 주가가 하락 추세를 유지하면 밸류 부담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내년 초 공모를 앞두고 실적 후퇴가 예상되면 투자 수요를 모으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상장 밸류를 과감하게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가 IPO를 철회한 건 해외 투자 기관이 미온적 반응이 결정적이었다"며 "국내 정유업체의 성장성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업황 분위기를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가 흥행몰이에 실패해도 IPO 자체는 완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일뱅크 상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추진하는 자구 계획의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이다. 모회사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대부분(91.13%)을 쥐고 있어 조 단위 구주매출을 기대해 왔다.
시장 관계자는 "정제마진(싱가포르 크랙마진)도 배럴당 5달러 안팎으로 줄면서 정유사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저유가는 원가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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