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08일 08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원은 샐러리맨의 꽃이지만 '임시직원'의 줄임말로 희화화되기도 한다. 오너나 최고경영자(CEO) 의중에 따라 언제든 짐 싸고 나가야하는 처지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의 갑(甲)이라는 금융감독원도 별 다르지 않다. 임원(부원장보) 승진한 지 1년쯤 된 금감원 관계자는 "집에 갈 날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을 자주 입에 담았다. 최근 몇 년간 상황을 보면 그의 말이 틀리진 않는 듯하다.금감원의 임원 임기는 공식적으로 3년이지만 지켜진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2013년 5월 최수현 금감원장(제9대)이 전체 임원 12명 가운데 8명을 교체한 지 2년도 안 된 2015년 1월 진웅섭 원장(제10대)은 부원장보 9명 중 6명을 바꿨다. 임원자리에 오른 지 8개월 만에 물러난 사람도 있었다.
비슷한 일은 올해도 반복됐다. 2017년 11월 최흥식 원장(제11대)이 임원 13명을 물갈이한 지 1년여 밖에 지나지 않은 작년 12월 윤석헌 원장(제13대)은 부원장보 9명에게 일괄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임원 물갈이 조짐이 나타나자 보험담당 부원장보가 사표제출을 거부하면서 3주 넘게 인사내홍을 겪었다.
이번 임원인사는 2명의 부원장보가 옷 벗는 것에 그쳤지만 임원이 제 명에 못산다는 사실은 더욱 명백해졌다. 최수현 전 원장부터 윤석헌 현 원장까지 5년 9개월 동안 크게 네 차례 임원 교체가 있었으니 단순 계산할 경우 평균임기는 1년 5개월 정도다. 공식임기(3년)의 딱 절반이 실질임기라고 보면 되겠다.
부원장보 인사권은 금감원장의 고유권한인 만큼 원장의 철학과 생각이 다른 임원은 교체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임원 잔혹사가 역대 원장들의 '코드인사'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바탕에 깔려있다.
금감원은 비리, 자진사퇴 등의 이유 없이는 공직자 정년(만 60세)을 보장 받는다. 그렇다고 정년을 채우기 전에 조직을 떠나기도 쉽지 않다. 공직자윤리법 대상이라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에 3년간 취업할 수 없는 탓이다. 명예퇴직 제도가 있긴 하나 무용지물이다. 퇴직금 액수가 많아야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5년간 받을 돈의 절반 정도니 정년을 채우는 게 더 유리하다.
지금 같은 인사적체 상황에서 임원 임기를 보장해준다면 후배들은 아예 승진기회도 얻지 못한다. 부원장보 임기 단기화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다만 어느 조직이든 잦은 임원 교체는 조직운영에 누를 끼친다. 매번 반복되는 금감원 임원들의 단명은 금융감독 방침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질적인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선 인사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그러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금감원과 정책기관, 재정당국은 서로 간 헤게모니 싸움에 더 열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43%(831명)인 관리자 비중을 5년 안에 35%(693명)로 줄이라는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 심각한 승진적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금감원의 고질병을 수년째 보고 있자니 답답함만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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