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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소프트 액티비즘'으로 '먹튀' 오명 벗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분석]②외국펀드 연대에 눈총 불구…행동주의로 가치투자 외연 확대, 기업과 '윈윈' 추구

김수정 기자공개 2019-04-18 13:51: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덩치가 크지 않지만 국내 사모 헤지펀드들도 액티비스트(Activist)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벨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운용철학과 전략, 핵심인물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2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트라자산운용은 SC펀더멘털과 연대해 행동주의에 나서면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이라는 오해를 사곤 했다. 따가운 시선 속에서 용환석 대표와 이찬형 부사장은 동반자로서 기업과의 상생을 추구한다는 그들만의 '소프트 액티비즘'을 정립했다. '사업을 하는 것과 같은 개념의 투자가 가장 현명한 투자'라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을 그들의 가치투자와 행동주의에 적용했다. 사업 파트너의 마음으로 투자 대상 기업과 '윈윈'한다는 전략이다.

◇ UCLA 인연, 가치투자 하우스 설립 결의

SC펀더멘털과 연대한 페트라자산운용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국내에선 아직 외국계 헤지펀드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페트라-SC가 단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행동주의를 동원한듯한 정황이 나타나 의심을 받기도 했다. SC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주제안 과정에 부당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질의 받은 적도 있다.

일련의 시행과 착오 속에서 페트라자산운용은 소프트 액티비즘이라는 스타일을 만들었다. 소프트 액티비즘은 페트라자산운용이 그들의 행동주의를 차별화하는 표현이다. 소프트 액티비즘이란 말 그대로 대화와 협의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며 상생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과격한 행동주의를 꺼리는 국내 정서에 부합한다. 무엇보다 가치투자 색이 짙은 행동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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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철학을 가꿔온 건 공동 창업자인 용환석 대표(사진 오른쪽)와 이찬형 부사장(사진 왼쪽)이다. 이들은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인연을 맺었다. 이 인연이 페트라자산운용 공동창업으로 이어졌다.

용 대표는 서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한국 IBM에서 4년간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UCLA 경영대학원(MBA)에 입학했다. UCLA 졸업 후 일신창업투자를 잠시 거쳐 영국계 헤지펀드 팬아시아캐피탈에서 4년 간 포트폴리오매니저로서 활약했다. 피나클인베스트먼트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하고 2009년 페트라자산운용의 전신인 페트라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이 부사장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1994년 UCLA 로스쿨에 들어갔다. 이후 법무법인세종과 삼성엔지니어링, 페덱스 아시아태평양, 하나금융투자 등에서 기업과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관련 업무를 익혔다. 2009년 용 대표와 함께 페트라투자자문에 합류했다.

용 대표와 이 부사장은 미국 유학시절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벤자민 그레이엄, 필립 피셔 등 가치투자 대가들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모든 투자의 답은 오로지 가치투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들은 투자자가 아닌 금융사만 배 불리는 국내 펀드시장 구조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개인이 펀드로 큰 부를 축적하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국내에선 펀드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유명 펀드매니저와 대형 자산운용사가 나왔음에도 정작 투자자는 펀드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투자자의 장기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는 취지로 페트라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용 대표는 "국내에서도 간접투자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몇몇 펀드매니저가 명성을 떨치고 그들이 속한 회사가 커졌지만 실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을 보면서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투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가치투자 전략으로 행동주의 실행…'안전마진' 큰 기업 선별

페트라자산운용은 가치투자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사업을 하는 것과 같은 개념의 투자야말로 가장 현명한 투자'라는 말을 모토로 '사업적 투자'를 추구한다. 또한 모든 임직원이 자기 자산을 고객 자산과 같은 방법으로 투자하는 '스스로 만든 요리 먹기'(Eat our own cooking)를 실천한다.

사업과 같은 투자, 스스로 만든 요리 먹기 두 철학은 페트라의 행동주의에도 적용된다. 페트라자산운용은 가치투자의 수단으로 행동주의를 활용한다. 단순히 저평가된 주식이 아닌 성장 잠재력 대비 저평가된 기업 중 빠른 시일 내 저평가를 벗어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이 같은 종목 선별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이 충분한 안전마진을 보유했는지 여부다. 안전마진이란 특정 주식의 주가가 청산가치 또는 장기 지속 기업가치 대비 얼마나 할인돼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안전마진이 크면 자본의 영구적인 손실 위험이 작아지고 높은 투자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저평가 기업의 주된 특징이면서 빠르게 해결 가능한 대표적인 문제가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오너 위주의 경영이다. 이 점만 해결돼도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페트라자산운용의 논리다.

투자 판단과 포트폴리오 구성에는 운용본부 전원이 참여한다. 운용본부는 용 대표와 이 부사장을 비롯해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와 흥국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 등을 거친 정상규 상무, 삼성증권 IB 애널리스트 출신 정상민 이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매주 포트폴리오 미팅을 열어 투자 대상과 포트폴리오 변경 등에 대해 논의한다. 투자기업 미팅 등 외근도 자주 하는 편이다.

용 대표는 "투자기업 선정 시 회사 전체를 소유한다는 생각으로 지분가치를 평가한다"며 "저평가를 유발하는 주 요인인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저평가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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