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최대 숙제' 지배구조 재편, 해결 난망 [삼성 미전실 해체 2년]⑦컨트롤타워 사라지자 잃어버린 방향성…당국과 소통 창구도 '부재'

김장환 기자공개 2019-04-12 08:27:28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1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2년 전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후 그룹 최대 숙제로 손꼽혀왔던 지배구조 정리 문제에서마저 갈 길을 잃은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승계 구도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안팎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삼성 내부 인사들은 지배구조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이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아 지배구조 정리 절차에 적극 나서기가 부담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 해소에 대한 방향성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과거 핵심 현안들을 두고 삼성이 보여준 태도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이는 구심점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미전실 같은 기구가 없어 비롯되고 있는 일이란 해석이 많다.

◇ 미전실 해체 후 순환출자 해소 외 '제자리'…지배구조 개편 동력 잃어

삼성은 최근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성격은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라기 보다 실정법에 맞춘 최소한의 변화였다. 일부 순환출자 연결고리를 끊은 것 정도가 전부다.

삼성은 에버랜드를 흡수한 제일모직을 2015년 삼성물산으로 흡수합병하면서 우후죽순 이어져 있던 순환출자 고리를 4개까지 줄였다. 삼성은 이후 지난해 9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들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을 국내외 투자자 대상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며 순환출자 구조를 모두 해소했다.

clip20180809115419

삼성의 순환출자고리 해소는 과거 미전실에서 이미 수립하고 장기 계획을 세워 진행해왔던 사안이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014년 7월부터 시행됐다. 공정위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까지 모두 해소하는 법안을 밀어붙였으나 업계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이후로도 대규모 기업집단 역시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압박을 지속했다. 지난해 말 민주당이 국회에 발의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순환출자 의결권을 기존 집단에 대해서도 제한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과거 순환출자 고리대로 보면 법안 통과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최적의 방법이었다. 이들 회사의 합병을 주도한 미전실은 안을 구상할 당시부터 이미 순환출자 고리 단절 후속 절차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발이 있어 통과에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겠지만 1~2년 내에는 실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정부가 순환출자 고리 해소 압박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삼성과 현대차그룹 같은 기업들은 이미 이에 대한 준비를 과거부터 해왔고, 삼성물산이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은 것도 오랜 준비의 결과"라고 말했다.

◇ 당국, 갈 길 터주지 않고 압박만…대외 창구 없어 소통 불가

삼성에게 남은 숙제는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7.92%) 중 3~4% 가량을 해소해야 한다.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이 이렇게 줄게 되면 이 부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15%대까지 떨어지게 된다. 특별결의 안건을 막을 수 있는 지분율(33.34%)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어서 적대적 M&A 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당국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지도 않은 상태임에도 삼성이 알아서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4월 간담회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하는 문제는 법률이 개정되면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데 회사가 그전에 방안을 스스로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5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삼성 지배구조와 출자구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이 정리를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lip20161006152542

정작 김 위원장 등 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삼성 지배구조 해결책도 확실한 묘수라고 보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삼성에 제안한 지배구조 해결 방안은 일명 '2% 매각안'이다. 삼성물산을 지주사,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해 법적 제약을 넘어서는 방안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각각 2% 지분을 사고 팔면 지배구조 규제 해소가 가능하다.

이 역시 걸림돌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제안대로면) 중간금융지주사 제도 허용이 먼저 돼야 하는데 발의되지도, 논의되지도 않고 있는 사안이다"며 "(공정위가 삼성전자에) 지배구조를 확실히 이쪽 방향으로 가자고 할 거면 이를 위한 확실한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전실이 건재했다면 지배구조를 두고 당국 압박이 쏟아지는 가운데 삼성이 현재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란 평도 있다. 미전실 시절에는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그리고 전략팀에서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안을 최우선에 두고 이에 대한 제반 사안을 다뤄왔다. 2017년 해체 직전의 미전실 전략팀은 김종중 팀장(사장) 이하 16명 임원과 40~50명 안팎 직원이 근무했다. 이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삼성은 미전실 해체로 당국과 소통을 원활하게 이루지 못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당국에서 원하는 게 뭔지는 알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지배구조 해결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업지원TF가 (미전실 같은) 역할을 하고, 사업과 지배구조 등 문제를 살펴보고 있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대외 소통 창구가 없는 상태이다 보니 외부에서 계속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clip20190411152320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