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김화진칼럼]뱅크오브아메리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5-07 08:00:00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9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물론 미국의 중앙은행이 아니다. Bank of China가 중국의 중앙은행이 아니고 Deutsche Bank가 독일의 중앙은행이 아닌 것과 같다. 이 은행의 원래 이름은 엉뚱하게도 Bank of Italy였다. 이탈리아계 지아니니(A.P. Giannini)가 샌프란시스코에서 1904년에 창업한 것이다. 당시 은행들이 주로 상류계층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아니니가 연 은행은 최초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은행이었다. 특히 이민자들에게는 은행 문턱이 높았는데 이민자들을 상대로 영업했다.

T루즈벨트 대통령 시대였던 19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했다. 시의 80%가 파괴되고 3천명이 사망한 대참사다. 다른 은행들과는 달리 지아니니는 은행의 돈을 무사히 건물 밖으로 빼냈다. 다른 은행들이 금고를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아니니는 지진 발생 며칠 후부터 대출을 개시할 수 있었다. 건물도 없이 노천에서 대충 테이블을 만들고 지진 피해를 털고 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었다.

1922년에는 1917년에 나폴리에서 설립되었던 이탈리아 은행 Banca dell'Italia Meridionale를 인수해서 이름을 Banca d'America e d'Italia (Bank of America and Italy)로 고치기도 했다. 이 은행은 1986년에 도이치은행에 인수되었다가 1994년에 이탈리아 도이치은행(Deutsche Bank S.p.A.)이 된 은행이다.

1928년에 Bank of Italy는 Bank of America Los Angeles와 합병한 후에 1930년에 이름을 Bank of America National Trust and Savings Association이라는 긴 이름으로 바꾸었다. 이 이름은 영업의 다양성과 전국구 은행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진 것인데 ‘BankAmerica'로 통했다. 1998년에 BankAmerica와 노스캐롤라이나의 NationsBank가 합병하면서 Bank of America가 되었다. 이 합병은 사실 후자가 전자를 62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BofA의 본사가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롯에 있는 이유다.
FlatStanley
BofA는 2005년에 중국건설은행의 지분 9%를 인수한 적이 있다. 중국 진출을 위한 야심적인 투자였다. 그러나 금융위기 후 다운사이징 과정에서 지분 전부를 처분하고 중국에서 철수했다. 중국건설은행은 현재 중국공상은행에 이어 자산규모 기준 세계 2위 은행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BofA가 메릴린치를 인수했을 때 메릴린치의 주가는 2007년 초에 98달러까지 올라갔었으나 인수가격은 29달러였다. 이 가격은 시가에 약 70%의 프리미엄을 반영한 것이었고 메릴린치의 장부가는 21달러였으므로 그 보다도 38%의 프리미엄을 반영한 것이었다.

인수가 끝난 후 BofA 경영진은 부실한 기업실사와 가치평가를 이유로 일련의 소송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실 BofA 경영진은 인수를 주저했다. 메릴린치의 도산을 염려한 정부의 압력으로 거의 반강제 M&A가 이루어졌다. 실사가 부실했고 실사 결과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었던 이유다.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영향력 행사는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하며 미국이라 해서 예외가 아님을 여기서 알 수 있다. 집단소송은 캘퍼스(CalPERS)가 주도했고 SEC도 별도로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나중에 1억5천만 달러로 화해를 성립시켰다.

이 거래는 주식교환에 의했으므로 메릴린치의 최대주주였던 싱가포르의 테마섹이 BofA의 최대주주가 되었으나 테마섹은 약 30억 달러의 손실을 시현하고 2009년에 BofA에서 철수해버렸다. BofA는 현재 JP모건체이스에 이은 자산규모 미국 2위 은행이며 글로벌 9위 은행이다. BofA는 메릴린치 인수 때 홍역을 치러서인지 2015년부터 M&A가 아닌 유기적 성장전략을 채택해서 미국 전역에 지점망을 확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