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23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홍보실이 LG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삼성전자 사업부 최고위임원이 지난해 말 몇몇 기자들과 함께 만나 만찬을 나누던 자리에서 대뜸 꺼낸 말이다. 자리가 무르익었을 때쯤 그의 입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말에 자리를 함께 하고 있던 홍보실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홍보실 직원들 얼굴엔 하나같이 어색한 웃음이나 난감한 표정이 맺혔다.
자리를 함께 한 기자들 다수가 이 말에 공감하지 않는 듯했다. 삼성전자 홍보실 편을 드는 말을 대부분 늘어놨다는 점을 봤을 때다. 자리를 만들어준데 대한 고마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대한민국 1등' 기업, 홍보도 1등답게 하는 삼성전자인데 사업부 최고위임원이 경쟁사를 치켜세우는 말을, 그것도 기업 얼굴로 인식되는 홍보실 직원들 앞에서 내놓았다. 공감 여부를 떠나서 상당히 인상 깊은 자리가 됐다.
더벨이 최근 진행한 '2019 LG 인식 조사' 설문 결과지를 받아보니 당시 삼성전자 임원이 왜 그런 얘기를 꺼냈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 1년 전 진행한 '2018 삼성 인식 조사'와 극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LG를 대하는 대중들의 이미지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따뜻'했고, 삼성에 대한 인식은 예상보다도 더 '냉랭'했다. 총수일가, 회장을 향한 이미지 조사 결과는 양사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 임원의 발언은 LG의 깨끗한 이미지와 대중의 따뜻한 인식에 대한 부러움의 표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업 홍보와 마케팅의 결과로 생각했을 수 있다. 마치 직업병처럼 언론 홍보만 떠올렸으나 전혀 다른 방향의 발언이었던 셈이다.
이번 설문 결과만 놓고 보면 사업 1등은 비록 삼성이지만 국민이 생각하는 1등 기업은 LG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 전면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직접 보고받는 임원의 입장에서 보면 LG의 이미지가 충분히 부러울 만한 사안이었을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 삼성이란 브랜드가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가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었다.
이미지 쇄신의 필요성은 최근 눈에 띄었던 기사와 댓글로도 한 번 짚어보고 싶다. 삼성이 산불 피해에 20억원을 기부했다는 기사 댓글에는 "너무 적게 낸 게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LG가 돈도 아닌 자사 공기청정기를 학교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전한 기사 댓글에는 "역시 기부천사"란 댓글이 많이 보인다. 이미지와 사회적 신뢰도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 효과도 얼마나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이다. 의도의 순수성보다 순수한 이미지가 더 먹히는 세상이다.
더벨이 지난 2년 사이 벌인 양대 기업에 대한 인식 조사는 각기 기업이 안고 있는 현 문제와 이점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 LG가 기뻐해야 할, 삼성이 우울해야 할 결과도 아니다.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상반된 경우도 많다. LG는 자만하지 말고, 삼성은 좌절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미지를 떠나서 5년 뒤, 또 10년 뒤에도 양사가 한국 경제를 지탱할 기업이란 건 대다수가 공감한 일이다. 물론 어느 쪽이든 시간에 맞춘, 대중 바람에 맞춘 변화를 이룰 때 가능한 일이다. 양사 모두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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