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24일 07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3월 취임한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은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자기 색깔을 드러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관련 조직의 슬림화다. 디지털 인력이 3분의 1 가량 줄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상업은행과 추진 중이던 오픈뱅킹 플랫폼 '오뱅크'도 중단됐다.오뱅크는 핀테크 기업들과 쉽게 협업할 수 있는 툴(Tool)을 통해 P2P금융, 해외 소액송금, 공과급 수납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인도네시아에 디지털금융 기술을 수출한 국내 금융회사 첫 사례였다.
이렇다보니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권의 호사가들 사이에선 김 회장의 인사와 조직개편의 포커스가 전임 회장(김한) 색깔 지우기란 평가가 대체적이다. 여기엔 디지털 혁신 경쟁력을 스스로 버린 조치라는 비판적 시각이 다수 있다. 금융권이 디지털을 생존화두로 내건 상황인데 JB금융은 거꾸로 간다는 시선이다.
하지만 JB금융지주의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가는 조치다. 자본적정성의 핵심인 보통주자본비율이 3월 말 기준 9.3%로 금융당국 지도비율(9.5%)을 밑돌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반기까지 9.5% 이상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주주배당이 불가능해지며 각종 개선조치가 뒤따른다.
보통주자본비율은 가장 끌어올리기 어려운 자본지표다. 후순위채권, 신종자본증권, 우선주 발행으로 제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통주 유상증자 또는 이익잉여금 적립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2만8000명이 넘는 주주들의 의견을 조율해 주주배정 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수익성 개선과 비용 효율화를 통한 잉여금 적립이 최선이다.
김 회장으로선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기존 사업을 재검토해 리스크나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과감히 접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픈뱅킹 플랫폼은 규제리스크와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다. 디지털이 대세라고 하나 바닥까지 가라앉은 자본비율을 일으켜 세우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케이뱅크를 보라. 아무리 대단한 혁신기술을 가졌다 해도 자본이 바닥나니 기본적인 대출영업마저 지속하지 못한다.
김 회장에겐 전임 회장이 확장한 그룹을 안정시키고 내실을 다지는 수성형 경영자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경영자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 고객 자산을 다루는 금융그룹의 경영자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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