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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장기조달 새 지평 vs 시장조성 '시기상조' [원화 커버드본드 생태계 조성]①경제적 실익, 사실상 제로…규제회피 의도 발행만으론 한계

피혜림 기자공개 2019-06-07 08:32:10

[편집자주]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이 드디어 열렸다. KB국민은행의 첫 발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률 제정 후 5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원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시장 내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가계부채 안정화의 핵심 방안으로 떠오른 커버드본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시장 확대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채권 시장에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관련 법률이 제정된 지 5년만이다.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은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장려에 힘입어 은행권 주도로 형성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커버드본드 발행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자 은행권이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커버드본드는 장기대출 자산에 대한 부채의 만기를 매칭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첫 타자로 나선 KB국민은행의 경우 타 은행에 비해 가계대출 규모가 커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한 원화예수금 인정 혜택이 절실했다. KB국민은행의 첫 발행 이후 SC제일은행이 후발주자로 나서고 있어 발행사 주도의 시장 조성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 확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자산 풀 관리 등 관련 비용이 수반되는 탓에 발행을 통한 경제적 실익이 부족한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KB국민은행 첫 발행…정책적 지원 효과 '톡톡'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법 제정 후 원화 발행 사례가 전무했던 원화 커버드본드가 올해 처음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50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당초 3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투심에 힘입어 증액을 결정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발행사 파산 시 담보자산으로 우선 변제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비교적 높다. 국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단기 변동금리에서 장기 고정금리로 전환시켜 가계부채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정책적 목표 아래 장기 대출자금에 대응하는 조달 수단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은행권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3년 이내의 크레딧물 발행에 집중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법을 마련하는 등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한 은행권의 부채 듀레이션 확대를 꾀했지만 경제적 실익 부족 등을 이유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연초 금융당국이 각종 장려책을 내놓자 상황은 달라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커버드본드 잔액을 원화 예대율 산정 시 최대 1%까지 예수금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2020년 예대율 규제 개편으로 해당 비율 상승에 대비해야 하는 시중은행에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향후 인정 비율을 1%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자 발행 유인이 더욱 커졌다.

정책적 지원에 힘입은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 조성으로 국내 은행권이 장기 조달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받고 있는 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전환 조건의 주택담보대출이 보편화돼 해당 상품에 대응하는 조달 수단으로도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시장 확대 '글쎄'… 발행 봇물 이어질까

가계대출 규모가 커 2020년 예대율 산정과 관련해 비상이 걸린 은행이 한동안 발행시장을 이끌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규제 개편으로 내년부터 예대율 산정 시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가중치가 각각 85%, 115%로 적용된다.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는 셈이다.

그러나 법률 제정 후 다소 늦은 시장 조성에 관련 업계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AAA'등급을 보유한 국내 시중은행 특성 상 은행채에 비해 발행금리 절감 등의 경제적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발행분담금 요율 면제 등의 혜택을 제시하긴 했지만 커버드본드 담보가 되는 자산 풀 관리 등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비용 측면에선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예대율 개편안 적용으로 KB국민은행 등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경제적 실익 등을 따지기 보다 예대율 맞추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규제 회피 의도의 시장 조성이 오래 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마켓 섹터로 자리 잡으려면 확실한 경제적 실익이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KB국민은행의 뒤를 이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준비하는 등 은행권의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꾸준한 커버드본드 조달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커버드본드가 은행채를 대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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