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포장 M&A]조직개편도 했던 한솔제지, 문제는 가격이었다'패키징사업부'까지 신설, 강한 인수의지 불구 결국 본입찰 불참
박기수 기자공개 2019-08-29 08:55:39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8일 14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지업체 중 태림포장·페이퍼(이하 태림포장) 인수에 가장 열의를 보였던 한솔제지가 결국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말 임시 조직개편으로 태림포장을 떠안을 준비까지 했던 한솔제지였지만, 결국 문제는 '가격'이었다.한솔제지는 이달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태림포장 예비인수 후보로서 신중한 검토 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솔제지는 태림포장을 맞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바쁘게 움직였다고 알려져 있다. 태림포장이 매물로 나오자마자 골판지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인수전을 준비했다고 전해진다. 비교적 규모가 작지만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한솔페이퍼텍과의 시너지 효과도 노렸던 한솔제지였다.
여기에 외부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인 조직 개편까지 이미 단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한솔제지의 사업 부문은 △인쇄지 △산업지 △특수지 부문으로 나뉘어 내부 조직 계통도도 이에 맞춰 구성돼 있었다. 그러다 태림포장 인수전에 뛰어들 시점에 패키징 사업 부문을 신설해 관련 조직을 운영해오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꼭 태림포장 때문에 패키징 사업 부문을 신설했다기보다는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태림포장이 인수됐다면 자연스럽게 이 패키징 사업부로 녹아드는 그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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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섰고, 의지도 대단했다. 그랬던 한솔제지가 결국 본입찰에 불참한 배경은 지난 4월 초 한솔제지가 배포했던 보도자료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한솔제지는 "미래 성장을 위해 M&A를 검토하고 있으나, 재무 여력을 초과하는 인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던 '1조원'에 대한 보다 자세한 코멘트도 보도자료에 실려 있었다. "회사의 재무 여력 상 1조원 규모의 투자는 어려울 뿐 아니라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가격도 적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M&A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현재 시장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아직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추측성 인수가격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인수를 결정하게 되더라도 시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던 바 있다.
종합하면 '인수 의지는 있으나 비싸면 사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자금도 충분치 않았다. 한솔제지의 올해 2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205억원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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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떻게든 돈을 끌어모으려면 끌어모을 수는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한솔제지가 태림포장을 정말 품으려 했다면 자금은 어떻게든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와 별개로 태림포장의 몸값이 너무 부풀려져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동종업계의 신대양제지의 경우 과거 5개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평균치의 약 5배 정도의 금액이 시가총액으로 반영돼 있다"면서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도 같은 식으로 계산한 뒤 경영권 프리미엄을 많이 쳐줘도 4000억~5000억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던 7000억~1조원은 한솔제지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비쳤을 공산이 크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당초 성장전략 차원에서 태림 인수를 검토하였으나, 골판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및 국내외 경기 하강 등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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