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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삼성식 승계' 불안했나, 정공법 택했다에이치솔루션 통해 ㈜한화 지분 확보, 자금마련 고심

최은진 기자공개 2019-09-05 14:41:5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4일 1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 삼형제가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을 활용한 승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에이치솔루션을 활용해 한화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율은 2%대에서 4%대로 늘어났다. 삼형제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한화의 지분까지 합산하면 이들의 지분율은 총 10%대로 계산된다. 최대주주인 김승연 회장의 지분율 18% 다음으로 높은 지배력을 지닌 2대주주로서의 입지를 다진 셈이다.

업계는 그간 에이치솔루션의 덩치를 키워 ㈜한화와 합병을 해 자연스레 삼형제가 ㈜한화의 지배권을 획득하는 '삼성식 승계' 그림을 예상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승계를 꾀했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로까지 비화되면서 한화그룹도 부담을 느끼며 정공법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직접 지분을 취득해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이 방안은 오너일가가 상당한 자금력이 필요한만큼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형제의 ㈜한화 지배력 10.42%…확실한 2대주주 입지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치솔루션은 지난달 초부터 이달 초까지 ㈜한화의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1일 많게는 10만주, 적게는 1만주씩 사들였다. 이렇게 한달간 매입한 규모는 총 143만2389주, 지분율로 따지면 1.46%, 총 350억원 규모다. 기존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하고 있던 2.12%에 더해 지분율은 총 3.58%로 확대됐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회장 아들 삼형제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율 5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나머지 50%는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와 함께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등 약 2600억원 수준의 종속 및 관계기업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한화 지분율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주식을 소유한다는 것은 즉 김 회장 아들 삼형제의 지배력과도 직결되는 셈이다. 이들 삼형제들은 직접 ㈜한화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김동관 전무가 4.28%로 가장 많고,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 전 팀장이 각각 1.28%씩 보유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과 삼형제가 보유한 지분 전부를 합치면 총 10.42%, 확실한 2대주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지분이 18.84%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들 삼형제의 지분율이 10%대 이상으로 올라왔다는 점은 꽤 의미가 있다. 최대주주 입지로 올라서는데까지 약 8.42%포인트 정도의 격차만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재단 북일학원이 보유한 1.4%까지 감안하면 격차는 7%포인트대로 더 줄어든다. 이 규모를 주식가치로 환산하면 약 1400억원 정도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배력과 직결되는만큼 승계의 핵심 키로 작용한다. 그러나 에이치솔루션이 직접 ㈜한화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보다는 합병 방식이 유력했다.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를 키워 ㈜한화와 합병하게 되면 에이치솔루션의 주주인 삼형제가 ㈜한화의 지배력을 큰 돈 들이지 않고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제일모직의 가치를 키워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된 삼성식 승계가 추진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승계가 삼성식 승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공법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삼성그룹 승계에 쏠리는 부정적 여론을 인식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특정인을 몰아주기 위한 조직적 승계라는 여론과 함께 이 과정에서 파생된 다양한 문제들이 검찰수사까지 받으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있었던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에서도 삼성그룹의 조직적 승계를 인정하면서 일부 무죄로 봤던 사건들까지로 유죄로 확정하는 등 엄격한 잣대가 드리워지고 있다.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이러한 재벌 승계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화그룹은 최근들어 이사회 투명성, 지배구조 개선, 각 계열사 독립 경영 등 그룹 이미지 쇄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기업 이미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승계 역시 이 관점에서 정공법으로 가자는 결단으로 모인 것으로 보인다.

◇지분확보에 막대한 자금력 필요, 오너일가 자금마련 총력

더욱이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덩치가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만큼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자산총계는 176조, 에이치솔루션은 9500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종속 및 관계기업 보유 규모로만 따지면 ㈜한화가 4조4000억원, 에이치솔루션이 2600억원으로 20배의 괴리가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재벌 승계 이슈가 민감하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편법승계를 고민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에이치솔루션의 덩치를 ㈜한화만큼 키우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래서 직접 주식을 취득하는 정공법으로 갈거다"고 말했다.

정공법으로 승계를 하게 되면 직접 지분을 취득해야 하는만큼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하다. 한화그룹 오너일가 사이에서도 실제로 자금 마련에 상당한 고심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배당을 확대한다고 해도 일반 주주들과 향유해야 하는만큼 한계가 있다. 이에 에이치솔루션이 지분 14.48%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상장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승연 회장 아내 서영민 여사 집안의 조력도 예상된다. 서영민 여사의 동생인 서수민 대표는 D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KC의 대표이사이고, 서홍민 대표는 대부업체 리드코프의 대표이사이자 2대주주이다.

한편 한화그룹의 승계는 후계자로 꼽히는 김동관 전무의 결혼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관 전무는 오는 10월경 하와이에서 가족들끼리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승계가 김동관 전무를 중심으로 한 지배력 확보를 정공법을 활용해 추진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해 오너일가가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김승연 회장 부인 쪽 집안과의 지원 하에 자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김동관 전무의 결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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