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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를 움직이는 사람들]성장과 혁신의 장동현, 지주사 편견 깼다⑥'투자형 지주사' 개념 만들어…'잘 될 사업' 투자, 미래 먹거리 발굴 선봉

박기수 기자공개 2019-10-31 08:11:25

[편집자주]

재계 서열 3위에 이름을 올리는 SK그룹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선두권 경쟁 대그룹을 압도하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섬유사업에서 시작해 석유화학·텔레콤·반도체 등 전혀 다른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다. 상위권 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등 독특한 의사결정기구를 마련하며 효율적이고도 투명한 경영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벨은 SK그룹을 움직이고 있는 조직과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5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회사의 딥체인지(Deep change)를 성공적으로 단행한 인물로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2016년부터 SK그룹 지주사의 대표이사로 등극한 그는 다른 대기업집단 지주사가 하지 않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이를 매력적인 수익 모델로 굳혀 지주사에 대한 시장의 시선을 변화시키고 있다.

SK그룹의 주요 경영 철학이자 근본적 혁신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딥체인지'를 현재 진행형으로 잘 이끌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도 나온다. 기존 관습을 깬다는 의미를 내포한 딥체인지는 심지어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고 레벨(SUPEX)에 도달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주사→딥체인지→투자형 지주사

장동현-2
장 사장의 '지주사 딥체인지'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을까. 현재 시장에서는 사업형 지주회사인 SK㈜에 '투자형 지주회사'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생소한 수식어가 붙는 배경에는 SK㈜만의 특별한 수익 창출 모델이 있다. 다른 대기업집단 지주사와 달리 SK㈜는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고 엑시트(Exit)를 반복하며 수익을 내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영위한다. 회사 내에서는 일정 기간 내 투자 대상에 대한 수익률 등을 수시로 평가한다고도 알려진다. 2016년 이후 현재까지 SK㈜가 달성한 연평균 투자 수익률은 무려 40%에 육박(39%)한다. '지주사는 자회사 배당과 로열티 수익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시장의 고정 관념을 SK㈜는 보기 좋게 혁파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장 사장은 투자형 지주회사라는 개념과 정체성을 세우고 수익 모델을 정립한 장본인으로 알려진다. 올해 초 장 사장이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주주 서한을 보면 SK㈜만이 가지고 있는 투자형 지주사의 특징이 드러난다. 장 사장은 "전통적인 지주사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능동적이고 지속적인 리밸런싱(Rebalancing) 활동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전체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에 두겠다"고 밝혔다.

◇'잘 나가는 사업' 대신 '잘 나갈 사업' 모색

쏘카
SK㈜에서 장 사장이 구축한 투자 모델은 △포트폴리오 최적화 △투자 △밸류 업(Value up) 등 3단계로 이뤄져 있다고 알려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장동현 사장의 SK㈜ 안에서는 '잘 되는 사업이라도 성장 한계가 분명하거나 핵심 자산화가 어려운 자산은 엑시트 한다'는 경영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장 사장의 SK㈜는 지난해 중고차 업체였던 SK엔카의 지분을 과감히 매각했다. SK엔카는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돈 잘 버는 기업'이었지만 장 사장의 SK㈜에게 중고차 사업은 성장 한계가 명확해 '혁신 대상'에 지나지 않았던 사업이었다.

장 사장은 대신 새로운 산업 트렌드인 '공유 경제'에 주목해 카셰어링 사업 진출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2017년 중순과 작년 초 SK㈜는 각각 개인 간(P2P) 차량공유 업체인 '투로(TURO)'와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대규모 자금 투자를 단행했다. '잘 나가는' 사업을 과감히 버리고 '잘 나갈' 사업에 투자하는 역할에 언제나 장 사장은 최전선에 서 있었다.

공유경제 외 장 사장의 레이더망에 걸린 성장 영역으로는 바이오·제약 분야와 신에너지 분야 등이 있다. 바이오 자회사인 SK바이오팜 이사회에 직접 참여했던 만큼 장 사장이 바이오 사업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특히 올해 11월로 예정된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FDA의 신약 허가(NDA) 가능성에 거는 기대가 각별하다고 알려져 있다.

신에너지 사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SK㈜는 장 사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인 2017년부터 3년 동안 북미 에너지 시장에 약 56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북미 에너지 시장 내에서도 SK㈜는 G&P(Gathering & Processing) 전문 투자 기업으로 꼽힌다. G&P 기업은 북미 시장 내부에서도 엄격하고 철저하게 검증된 투자 기업에만 부여되는 칭호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가 북미 에너지 시장에서 G&P 업체로 선정된 것은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투자회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내 사업 노하우가 풍부한 전문 인력 풀 구성, 재무적 투자자(FI) 모집을 통한 자금 동원 시나리오 등을 모두 장 사장이 총괄하면서 SK㈜는 해외 시장 플레이어들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장동현 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SK㈜는 다른 대기업 지주사와 다른 '투자 본능'을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국내 최대 규모 공제회인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공동 투자 펀드 조성의 파트너로 SK㈜를 점찍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SK㈜의 과제는 현재 갖춰진 투자 모델에 더블바텀라인(DBL,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함께 측정 및 관리하는 기법)을 접목해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며 "장동현 사장이 이를 위해 인재 육성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 등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제회
△장동현 SK㈜사장(오른쪽)과 차성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공동투자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있다.

◇묵묵한 경영자, 내부 신뢰 두터운 전략기획통

장 사장은 언론 등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즐기거나 대중에 스스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유형의 경영인은 아니다. '은둔형' 까지는 아니지만 묵묵히 본인 업무에 매진하며 성과를 내는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내부 구성원들을 향한 소통과 대화는 누구보다 활발하다는 게 SK그룹 내부 구성원들의 공감대다. 재계 순위 3위 그룹의 대형 지주사가 단기간에 발 빠르고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에도 장 사장 특유의 리더십이 작용했다고 알려진다. 구성원들 역시 그의 리더십에 기반한 '지주사 딥체인지' 전략에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같이 SK㈜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만큼 오너의 신임도 두텁다. 장 사장은 현재 SK㈜의 대표이사와 함께 SKC와 SK머티리얼즈의 기타비상무이사와 SK차이나(SK China Company), SK동남아투자회사(SK South East Asia Investment), 앰팩 파인 케미칼(AMPAC Fine Chemicals) 등의 이사(Director)직을 겸하고 있다.

장동현

SK㈜로 오기 전 장 사장은 자신의 커리어 대부분을 SK텔레콤에서 보냈다. 1963년생인 장 사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수료한 후 1991년 유공으로 입사했다. SK텔레콤 재무관리실 자금팀, 재무기획팀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고(故)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을 근간으로 설립된 'SK 아카데미' 소속으로 임직원들에게 SK그룹의 가치를 전파하는 역할을 도맡기도 했다.

SK텔레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대표이사 사장직을 거친 그는 SK텔레콤 사장에 부임하기 전 SK플래닛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하기도 했다. 당시 장 사장은 11번가를 비롯한 커머스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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