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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스팩 동원하면서 제도개선엔 침묵 스팩 존속법인 문제 수년전부터 제기…기업 이력·인허가 등 소멸

이경주 기자공개 2019-11-15 10:56: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3일 13: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연말 기업공개(IPO) 성과 확대를 위해 증권사 스팩(SPAC) 상장을 동원하면서도 제도개선엔 굼뜨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수년 전부터 스팩과 기업이 합병 할 때 존속법인이 스팩으로 남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스팩이 존속법인이 되면 기업이 쌓아온 이력과 특허권 등이 모두 소멸돼 기업경영에 적잖은 부담이 된다.

◇우회상장 구조, 스팩이 존속법인 되는 이유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공모(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명목회사)를 뜻한다. 유망한 비상장기업들이 주식시장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적기에 투자를 유치 받을 수 있도록 도입한 우회상장 제도다.

일반적으로 '스팩 법인설립→기업공개→기업과 인수합병(M&A)'이라는 3단계 과정을 거쳐 기업은 상장 목적을 달성한다. 스팩은 주로 증권사와 소수의 재무적투자자(FI)가 발기인으로 참여해 설립된다.

현재 상장 규정은 스팩과 기업 합병 시 기업은 소멸되고 스팩이 존속법인으로 남도록 하고 있다. 상장사인 스팩이 존속법인이 돼야 우회상장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이력·특허권 소멸 문제

문제는 이 같은 스팩합병 구조 탓에 그간 기업이 쌓아온 업력이 모두 소멸된다는 점이다. 30년 업력을 가진 기업도 스팩합병을 하면 업력이 3년 이내로 뒤바뀌게 된다. 스팩 최대 존속기간이 3년이기 때문이다. 우회상장 이후 적극적인 투자자 소통과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야 할 기업 입장에선 애로사항이 된다.

단기적인 문제도 있다. 기업이 보유한 특허권과 라이센스, 협력사 자격, 신용등급 등이 모두 소멸돼 재취득해야 된다. 합병 전후 기업실체가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허권 등 재취득이 어려운 일은 아니나 그 사이 각종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

협력사 자격 재취득은 기업들이 민감해 하는 문제다. 평소 고객사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기업은 만에 하나 거래관계가 끊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스팩 합병을 주저하는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째 묵묵부답…대안 찾아야

업계에선 기업 법인번호를 스팩합병기업이 승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 규정을 일부 변경하는 것도 방법이다. 2014년께부터 업계가 한국거래소에 개선을 요구한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스팩이 존속법인으로 남는 문제는 기업들이 제기하고 있는 애로사항"이라며 "수년전부터 한국거래소에 제도개선을 요청했지만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IPO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스팩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말 다수 증권사들이 거래소로부터 스팩 상장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스팩상장 건수 20건 중 11건(55%)이 11~12월에 상장됐다. 덕분에 한국거래소는 연간 IPO 목표치인 100건을 초과달성(101건)할 수 있었다.

올해도 10월부터 11월 13일 현재까지 한 달 반 동안 6건의 스팩이 상장됐다. 올 들어 상장된 전체 스팩 20건 중 3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더불어 공모를 앞둔 스팩 2건과 예비심사 중인 7건을 합하면 연말 스팩 집중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홍보실 관계자는 "스팩과 존속법인 문제에 대해 해당부서에 확인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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