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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만의 VRDS, 정유사 고민 해결할까 IMO2020대비 국내 유일 저유황유 생산시설…'환경·일관된 수익성' 모두 잡을지 주목

울산=박기수 기자공개 2019-12-04 08:57:1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1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윤 창출이라는 주제를 놓고 정유사들이 항상 하는 고민은 '일관적이지 못한 수익성'이다. 온갖 변수로 수시로 바뀌는 유가에 따라 정제마진도 항상 변하고, 이에 정유사들의 실적도 매년 달라진다. 대규모 적자를 냈다가 1년 만에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기이한 현상도 정유사에서는 가능하다.

'불확실성'은 기업이 가장 기피하고 싶은 점이고 이는 정유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간 정유사들은 불확실성을 제거할 묘수가 딱히 없었다.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들을 통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다만 SK에너지는 '정유 사업' 내에서 방법을 찾고 있다. 울산 CLX(콤플렉스)에 위치한 친환경설비인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통해서다.

VRDS (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는 간단히 말해 '황 함유량이 적은 기름'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VRDS는 내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시행될 IMO2020에 발맞춰 만들어졌다. IMO 2020이란 IMO 회원국 174개국들이 2020년 이후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0.5% 이하(현재 기준은 3.5%)로 대폭 규제하는 조치다. '환경'이 키워드 중 하나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SK에너지로서는 VRDS를 통해 '친환경'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VRDS 건설 현장 찾아가 보니

SK에너지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약 1조원을 투입해 SK이노베이션의 '심장'인 울산 CLX 내부에 VRDS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기계적 완공을 약 한 달 앞둔 시점에 한창 마무리 공정을 이어가고 있는 VRDS 시설을 직접 찾아가 봤다.

VRDS의 첫인상은 다른 정유·석유화학 공장처럼 크고 복잡하고 웅장했다. 핏줄같이 촘촘하게 얽힌 수많은 파이프라인들 사이로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작업에 한창이었다.

2009년 제 2고도화설비(2조원 투자) 투자 이후 최대 규모 투자인 VRDS 공장 건설에 쓰이는 배관은 길이만 총 240km로 북한산 백운대 높이의 287배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토목 공사를 위한 콘크리트 부피도 2만8000m³(레미콘 4700대 분량)에 육박한다고 한다. 설치된 장치들의 무게만 약 2만8000톤으로 이는 15톤짜리 관광버스 1867대를 합쳐놓은 무게와 같다.

공정 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전체 프로젝트의 진행도는 98%(11월 17일)다"면서 "계기 및 보온재 설치가 끝나면 내년 1월부터 기계적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완공 후 VRDS는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저유황유를 일 4만 배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 내 위치한 VRDS 시설

◇VRDS, SKE의 '효자' 될까

SK이노베이션은 VRDS를 통해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PIRA, Facts Global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2019년 전망자료를 통해 2020년 이후 일 2백만 배럴 이상의 연료가 저유황유 혹은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며 "탈황 설비인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한 선박들은 고유황유를 사용해도 되지만, 전망 대비 설치 추세가 더뎌 저유황 중질유 공급 부족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장밋빛 전망'으로도 보지만 실제 SK이노베이션이 밝힌 대로 2000억~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매년 실현된다면 이는 전사 실적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VRDS같은 저유황유 '만을' 생산하는 시설은 국내 정유사 중 SK에너지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어 다른 정유사들보다 '일관된 수익성' 측면에서 한 발짝 더 앞서나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에너지의 VRDS공정은 저유황 연료만을 만들기 위한 공장"이라면서 "다른 정유사들은 아직 이런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010년대 들어 SK에너지는 들쭉날쭉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2011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다가도, 2013년과 2014년에는 도합 8000억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 2015년부터 다시 1조원의 영업이익을 쌓다가, 올해 다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3191억원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의 기대대로 VRDS가 제 몫을 해주면 일관된 수익성을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VRDS를 기반으로 IMO2020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동북아 지역 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지속 개발해 더블보텀라인(DBL)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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