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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위기, ‘젊은 시선’이 필요한 때 [thebell note]

이민호 기자공개 2020-04-13 13:04:3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08: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치투자 명가’로 이름난 VIP자산운용은 올들어 새로운 스킴의 펀드를 내놨다. 기존 시장질서를 혁신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해외 ‘디스럽터(Disruptor)’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다. 해외주식과 가치투자를 결합한 셈인데 운용 전면에 나선 매니저는 의외로 하우스 간판인 최준철 대표나 김민국 대표가 아니다.

가치투자 위기의 시대다. 가치투자 하우스들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주식투자의 본류로 여겨질 만큼 황금기를 누렸다. 국내 가치투자 ‘큰산’들이 이끄는 하우스들이 매년 수익률 1등을 거머쥐던 시절이었고 이들 하우스에 돈다발을 든 자산가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저금리 광풍이 몰아치자 아무리 싼 주식이라도 증시에서 외면받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기존 투자 메커니즘이 힘을 잃은 상황에서 수익률이 고꾸라지고 자금이탈도 잇따랐다. 하지만 하우스 ‘색깔’은 곧 존립의 근거다. 가치투자 하우스들은 정체성을 지키면서 최근 흐름에도 올라타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76년생 젊은 동갑내기 두 대표가 이끄는 VIP자산운용의 행보는 좀 다르다. 최준철 대표와 김민국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가치투자에 몰두한 만큼 국내 정통 가치투자의 맥을 잇고 있다. 2003년 투자자문사로 첫발을 떼 1조5000억원이 넘는 일임자금을 굴리기에 이르렀고 2018년에는 운용사로 전환해 펀드 비즈니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정도 성공이면 ‘철학’이 ‘고집’이 될 법도 하지만 두 대표는 오히려 키즈(kids)의 더 젊은 시선을 마음껏 포용하고 있다. 두 대표 밑에서 투자를 배운 주니어 매니저들의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기는 와중에 가치투자 황금기와 침체기를 모두 경험하며 그들만의 독자적인 투자철학도 형성됐다.

권이레 수석 매니저는 2년여 동안 디스럽터 성격의 해외주식을 발굴해 투자 유니버스를 넓히는 사내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이번에 권 매니저가 책임운용을 맡아 출시한 ‘VIP Global Super Growth’는 VIP자산운용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해외주식 투자 펀드상품이다. 이외에도 섹터 전망을 고려해 개별 투자종목을 선정하는 ‘VIP K-Leaders 732’는 박성재 수석 매니저가 운용 전면에 나섰다. 기존 딥밸류 스타일과는 차별화된 방식이다.

‘매니저 각자의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두 대표의 태도는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는 국내 가치투자 하우스들이 새겨볼 만하다. 가치투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된다고 해서 그 핵심철학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생명력을 더할 수 있다. 가치투자 변신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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