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논란 컸던 한국지엠 연구개발법인, 첫해 큰폭 '흑자'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계열사 거래 덕 182억 영업흑자…3000여명 고용 유지
김경태 기자공개 2020-04-20 08:46:33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7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구조조정안 중 하나는 연구개발(R&D)부문을 따로 떼어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생산 부문의 완전한 철수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제너럴모터스(GM)와 KDB산업은행, 노조의 기 싸움이 치열했다.결국 산업은행의 양해 속에 연구개발법인은 지난해 초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설립이 완료됐다. 첫해 성과는 양호한 편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지엠을 비롯한 GM 계열사들과의 용역 계약을 체결한 덕분이다. 앞으로도 계약이 유지되는 한 안정적인 실적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3000여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고, 사측에서는 추가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 최대 매출처, 한국지엠과도 거래
GM은 2018년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사업부문을 분할해 새로운 법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했다. 산업은행과 노조 등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작년 1월2일자로 설립을 완료했다. 상호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로 정했고, 이탈리아인으로 GM의 핵심 인재인 로베르토 로제리오 렘펠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인적분할 방식을 택하면서 주주는 한국지엠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작년 말 기준 GM의 계열사인 △General Motors Investment Pty Ltd. △GM Asia Pacific Holdings, LLC △GM Automotive Holdings S.L. 3곳이 보통주 지분 48.19%, 9.55%, 19.22%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17.02%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Motor Corporation Ltd.)가 나머지 6.02%를 갖고 있다. 우선주는 앞선 GM의 계열사 3곳이 지분 82.76%를, 산업은행이 나머지 17.24%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작년에 영업손실 3304억원, 당기순손실 3202억원을 거두며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분할 설립 첫해부터 흑자를 거두면서 순조롭게 출항했다. 작년 영업수익은 503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82억원, 당기순이익은 133억원이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3.6%, 2.6%를 기록했다.
호실적은 특수관계기업들과의 계약 덕분에 가능했다. 가장 큰 매출처는 국내에 있는 GM의 계열사인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다. 이곳으로부터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서비스수익 4777억원을 올렸다. 총 영업수익의 94.9%에 해당한다. 이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계약(Engineering Service Agreement)을 바탕으로 발생한 거래다.
한국지엠과의 거래에서도 수익을 올렸다. 한국지엠과 업무지원 관련 서비스 계약(Transition Service Agreement)을 맺었고, 여기서 9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또 한국지엠의 협력사에서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의 품질관리 관련 서비스 계약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서는 153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한국지엠과의 매입 거래는 특수관계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이뤄졌다. 한국지엠으로부터 얻는 돈보다 주는 돈이 더 많았다. 서비스 매입 비용으로 241억원을 지급했다. 기타비용으로도 78억원 가량을 썼다. 한국지엠이 업무지원 관련 용역을 제공하면서 비용을 지출했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국내에 소재한 특수관계기업 외에도 'Pan Asia Technical Automotive Center co. Ltd.'를 비롯한 GM의 조인트벤처(JV)와도 거래하고 있다.
◇3000여명 고용 유지…"현재 추가 구조조정 계획 없어"
한국지엠뿐 아니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직원 고용 역시 관련 업계에서 주시했던 부분이다. 설립 당시 임직원은 약 3000명이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도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조기 퇴직을 신청한 인원에 각종 금액을 지급했다. 다만 반영된 비용은 17억원 정도다. 금액으로 비춰볼 때 작년에 회사를 떠난 인원이 대규모는 아닌 셈이다. 여기에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지난해에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임직원은 현재도 3000여명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며 "글로벌 본사에서 현재로서는 추가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고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작년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급여로 2700억원이다. 임직원 수를 고려할 때 1인당 연봉이 약 9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퇴직급여는 208억원, 퇴직위로금은 17억원이다. 종업원연금으로는 96억원이 잡혔다. 이런 비용을 제하고도 흑자를 거둔 만큼 부담되는 규모는 아니었던 셈이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경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고용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성과가 두드러질수록 한국지엠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구개발법인은 성장하는데 생산부문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글로벌 본사 입장에서는 한국지엠을 구조조정하는 명분이나 논리로 내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지엠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주주이자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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