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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안 자르는' 롯데? 케미칼 빼고 다 줄였다 상반기 핵심계열사 직원수 평균 100명 축소, 송용덕 부회장 '직원수' 질타 회자

최은진 기자공개 2020-09-04 13:02:13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2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립이래 최악의 위기상황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조용하게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재하는 사장단 회의에서도 공개적으로 직원수에 대한 얘기가 오갈 정도로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사업보고서 등 공시를 확인한 결과 롯데케미칼을 제외하고 모든 주력 계열사의 인력수가 전년말 대비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에 인력 구조조정 얘기가 흘러나온 건 올해 초부터다. 롯데지주 송용덕 대표이사 부회장이 특정 계열사의 직원수를 공개 회의자리에서 언급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구조조정 불안감이 퍼졌다. 신 회장이 각 계열사의 직원수를 면밀히 보고 있다는 점도 함께 회자됐다.

롯데쇼핑을 비롯해 일부 핵심 계열사들이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점포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발표한 적은 있었지만 인력을 줄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 사업개편을 단행하며 남는 인력은 다른 부서로 재배치하겠다는 설명으로 인력 구조조정 논란을 피해갔다. 올 3월 롯데하이마트가 창립 후 처음으로 약 8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게 인력 구조조정으로서는 이례적이고도 유일했다.

하지만 송 부회장의 발언이 퍼지면서 롯데그룹 경영진 사이에선 단순 사업구조 개편이 아닌 인력 구조조정까지 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사업구조 개편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게 사실상 불가피 하지만 공식적으로 경영진들이 인력을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부터 롯데그룹은 '월급은 줄이더라도 직원을 자르지는 않는다'는 게 경영철학처럼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도 인력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처럼 여겨왔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상황을 공시 등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대부분 올해들어 인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급여액은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지주만 줄었을 뿐 다른 계열사는 늘거나 그대로 유지됐다.

올 초 점포 통폐합을 단행했던 롯데쇼핑의 경우엔 직원수가 2만5300명에서 2만4200여명으로 1070명 줄었다. 전체 직원의 약 4%가 짐을 싼 셈이다. 그러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217만원에서 2531만원으로 약 314만원 늘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도 약 100여명씩 2.3% 가량 줄었다. 평균급여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올해 3월 희망퇴직을 단행한 롯데하이마트의 직원수도 77명 축소됐고 급여도 94만원 줄어들었다.

임원급이 대거 포진해 있던 롯데지주도 마찬가지로 직원수는 물론 급여액도 축소됐다. 8월 단행한 인사로 롯데지주의 임직원들이 대거 계열사 등으로 이동한 데 따라 사실상 더 많은 인력 및 급여가 감축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일하게 롯데케미칼만 직원수가 늘었다. 전년말 3282명이었던 직원수는 올해 6월 말 4651명으로 약 1370명, 42% 증가했다.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인당 평균급여액은 변동이 없었다.

공시되지 않은 다른 비상장 계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사업장이 간헐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기간제 근로자 등이 해고되는 사례가 나타나 전반적으로 직원수가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롯데월드 등 일부 계열사 내부에서 갑작스런 징계성 지방발령 등을 통해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일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공표하진 않았지만 핵심 경영진들 사이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을 경영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영진 회의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송 부회장이 직원수를 발언했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송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전체적인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당시 신 회장도 배석하고 있던 회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 회장의 지시로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해석된다.

롯데지주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직원 급여액은 전년도 상반기와 비교해 약 200억원 줄었고 퇴직급여는 20억원 늘었다. 이 역시 퇴직하는 직원이 늘어나면서 급여는 줄고 퇴직급여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주요 회의석상에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얘기가 오갈 정도로 경영진들은 심각하게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영위기에서 사실상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지 않는 한 정상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의식이 자리잡은 듯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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