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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삼성전자]국정농단 사건이 바꾼 기부금 의결 기준⑥제도 변경 후 총 23건 의결, 평균 118억…100억 미만 57%

김슬기 기자공개 2020-10-06 07:22:21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8일 07: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연간 매출 200조원이 넘는 명실상부한 국내 1등 기업이다. 회사의 규모가 큰만큼 이사회가 결정해야 하는 안건에도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어울리지 않는 사안들도 많다. 삼성전자는 10억원 이상의 외부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도 이사회를 통해서 의결하고 있다. 이사회 중요의결사항에 '연간 경영계획' 등과 동일선상에서 '사회공헌 기부금 출연'도 함께 보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말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전사적으로 기부금 사용을 보다 투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10억원'도 큰 의미가 있는 금액이지만 연간 투자금액만 20조~30조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에서 모든 이사회 멤버가 10억원 가량의 기부금 항목까지 논의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 '기부금 10억원 이상' 이사회 의결 배경은

삼성전자 이사회 내에는 6개의 소위원회가 존재한다. 각각 역할을 부여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가령 경영위원회는 기업의 경영 전반과 투자 결정된 사안을 의결하고 내부거래위원회는 내부 계열사 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등에 대해 살핀다. 하지만 기부금만큼은 소위원회가 아닌 전체 이사회 결정사안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부금이 이사회의 주요 안건으로 올라오게 된 것은 2016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휘말린 영향이 컸다. 이듬해 2월 삼성그룹 오너 일가 최초로 구속되면서 삼성은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당시 삼성이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36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16억원) 지원금을 출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여기에 삼성은 재단법인 미르에 125억원,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 특검은 이를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봤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됐다. 그해 12월 옛 제일모직이 상장했고 이듬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그룹 승계작업 등에 유리하도록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봤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8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했고, 아직까지도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결국 문제의 싹을 자르기 위해 삼성전자는 2017년 2월부터 10억원 이상의 대외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내용을 외부에 공시하기로 했다. 사전심사를 위한 심의회의도 신설했다. 법무·재무·인사·커뮤니케이션 부서의 팀장이 매주 한번씩 모여 1000만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심의한다. 심의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이사회에 올라가지 않는다.

또 분기별 운영현황과 집행결과 등을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에서 점검토록 했다. 감사위원회에는 사외이사만이 참여하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투명성에 '방점'…총 23건 안건 중 100억 미만이 13건 차지

당초 기부금 심의는 이사회의 소위원회인 경영위원회에서 했다.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건별 500억원 이상의 기부금(특수관계인 기부는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경영위원회가 심의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아예 경영위원회 권한사항에서 빠졌다. 전체 이사회 기부금 의결기준은 자기자본의 0.5% 이상(6877억원)이었다.

제도가 변경된 2017년 2월 24일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총 23건의 기부금에 대해 의결을 거쳤다. 총 2718억원 가량의 외부 후원금 및 기부금을 출연했다. 2017년 6건(420억원), 2018년 5건(453억원), 2019년 6건(798억원), 2020년 6건(1047억원) 등을 의결했다. 평균적으로 118억원 규모의 기부금 출연 건이었다. 예전 기준이었다면 전혀 공시되지 않았을 부분이기 때문에 기부금 집행이 투명해진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연간 기준으로 규모가 큰 건은 '사회공헌기금 운영계획'이다. 이는 임직원 기부금과 회사 매칭기금으로 구성되는 기금으로 국내외 봉사활동 지원 및 지역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되는 금액으로 매년 초에 전체 규모를 정한다. 매년 연말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희망나눔캠페인' 기부금을 200억~300억원대로 집행하고 있다.

총 23건의 안건 중 100억원 미만 안건은 총 13건으로 평균 24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한다. 매년 주기적으로 집행하는 국제기능올림픽, 삼성꿈장학재단, 충남삼성학원, 호암재단 등에 꾸준히 기부금을 내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고, 그간 꾸준히 진행해왔던 안건까지 이사회 멤버 11명이 모여서 논의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또 기부금 안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회의 때 불참한 사외이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찬성표를 냈다. 다만 매년 집행하는 충남삼성학원 기부금 출연에 대해서는 김기남 대표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그가 삼성학원 이사장이어서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아예 의견을 내지 않는다. 충남삼성학원은 아산 탕정에 위치한 충남삼성고등학교로 삼성디스플레이 등 임직원 자녀와 지역 고등학생들을 위해 만든 자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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