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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시장 양극화, 외국계 IB 이탈 속도 [Market Watch]경쟁 심화, 상위사 중심 재편…중소형사 생존 기로, 사업 중단 잇따라

피혜림 기자공개 2020-10-15 13:28:0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07:1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을 떠나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이 늘고 있다. 하우스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데다 상위사 중심의 과점 형태가 공고해지자 중소형 IB들이 설 자리를 잃는 모습이다.

외국계 IB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록 국내 이슈어가 활용할 수 있는 조달 라인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발 변동성 확대로 조달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코메르츠, 사업 중단…ANZ·모건스탠리, 인력 공백 지속

한국물 시장 내 중소형 하우스들의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독일계 코메르츠방크는 내부적으로 한국물 비즈니스를 중단하는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메르츠방크는 올 4월 프라이싱(pricing)을 진행한 KB국민은행 딜을 끝으로 한국물 관련 팀을 철수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모건스탠리 역시 한국물 관련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한국물 비즈니스를 중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ANZ는 지난해부터 한국물 담당자가 공석인 상태다. 지난해 조영석 이사가 JP모간으로 이동한 후 1년 이상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모간스탠리 역시 DCM 헤드를 맡았던 이창원 부문장의 퇴사 이후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경우 DCM 뱅커를 새로 뽑는 대신, 내부 인력을 활용해 명맥을 이어가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량주의 한계, 상위사 독식…시장 다양성 저하

중소형 외국계 하우스들이 한국물 시장을 떠나는 건 수익성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하우스간 경쟁 심화로 수수료율 등이 낮아진 데다 상위사 중심의 딜 수임으로 중소형 하우스의 시장 진입 자체가 녹록지 않아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그테이블 상위사를 중심으로 한 주관사단 선정이 자리를 잡다보니 신규 진입 하우스나 중소형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하우스간 양극화 심화가 지속될 경우 상위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계 하우스가 점차 한국 사업을 철수하거나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1~3분기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상위 7개 하우스의 한국물 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린 30개 하우스 중 23곳이 절반 이상의 딜에서 배제된 것이다. 한국물 기본 형태로 꼽히는 달러채 딜의 경우 상위 5개사가 전체 주관 실적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문제는 외국계 하우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이슈어들의 외화 조달 창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높아지자 국내 이슈어들은 중소형 외국계 하우스까지 총동원해 조달에 나섰다. 이들이 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는 외화 조달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중소형 하우스 이탈은 시장 다양성 측면에서도 한계로 작용한다. ANZ는 캥거루본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던 하우스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한국물 하우스 중 사실상 유일하게 멕시코통화 채권을 주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조달 통화와 상품 등이 다양하지만 연이은 하우스 이탈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날로 진화하는 글로벌 금융상품 시장에서 국내 발행사가 다양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하우스가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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