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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언택트]60년 쌓인 농업금융 노하우, 신남방국가 상생에 이식①현지 당국도 전문성 인정, 코로나19 불구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세

이은솔 기자공개 2020-11-09 07:53:12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 등에 주력하는 3.0 시기에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 등에 맞춰 드라이브를 보다 걸던 단계다. 이런 가운데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했다. 생존과 확장을 위해서는 '언택트(비대면)' 전략이 필수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과연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를 언택트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6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은행은 조합원끼리 서로를 돕는 농협상호금융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농민들은 합리적인 금리에 빌린 돈으로 농업근대화를 이루는 데 이바지하고자 했다. 이때부터 축적된 농업금융 역량과 농촌의 발전을 이끈 생산·유통 부문의 노하우는 농협은행 안에 고스란히 쌓여있다.

시작점으로부터 50~6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농업금융의 필요성이 가장 커진 곳은 한국이 아닌 신남방 국가들이다. 이들 역시 코로나19의 타격을 입으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면 영업 방식의 한계와 경기 위축으로 인한 연체율 증가로 현지의 농업금융 환경도 빠르게 달라지는 추세다.

농협은행은 신남방 등 해외에 파견된 주재원들과 비대면 소통법을 고안하는 동시에 현지에서도 어떻게 '언택트' 농업금융을 심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신남방 '농업국가' 착안, 농업금융 노하우 특화

농협은행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연수 단계부터 '농심(農心)'에 대해 교육받는다. 다른 은행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주식회사로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하는 의무가 가장 우선인 다른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의 기본 이념은 농업과 농민을 생각하는 마음인 셈이다.

이런 농협만의 색깔은 글로벌 진출에서도 두드러진다. 농협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서는 해외 진출이 늦었다. 현재 6개국에 법인과 지점 각각 2개와 사무소 3개를 운영 중이다. 아직까지 진출 국가 수가 많지 않고 취급하는 여신의 규모나 순익도 적은 편이다. 2019년말 기준 글로벌 부문에서 거둔 순익은 45억원 수준이다.

2020년 3월 기준

그럼에도 강점이 있다면 국내 은행들이 앞다투어 진출하는 신남방의 많은 국가들이 '농업국가'라는 점이다. 농협만의 농업금융 경험을 기반으로 상업금융과 농업금융을 접목해 차별화하는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했다. 중장기적으로 현지 특화 사업모델을 발굴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이런 특장점은 후발주자인 농협은행이 신남방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는데 도움이 됐다.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농업과 농촌 발전에 대한 니즈가 크고 경제 발전을 먼저 경험한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한다.

2016년 미얀마에 법인 설립 당시 현지 정부는 한국계 금융기관 중 최단기간 내 농협은행의 사업인가를 승인했다. 농협은행의 농업금융 노하우와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농기계 금융 등 농협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하고 농협금융지주 내 계열사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 NH농협캐피탈은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산하의 트랙터 금융 전문회사인 IFFCO-키산 파이낸스에 지분투자를 하며 인도의 농기계 구매와 담보대출 사업에 진출했다.

농협은행은 인도에 노이다 지점 개설을 추진 중이다. 2021년말 지점 설립이 완료되면 IFFCO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트랙터 구매자금을 대출해주는 등의 영업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 배추 등 농작물 씨앗을 판매하는 농우바이오 역시 미얀마와 인도에 진출해 활발히 영업하고 있다.

과거 농협은행이 국내에서 제공한 농업금융이 농작물 씨앗과 농기계 대여에 사용돼 농촌의 상생을 불러일으켰다. 신남방 국가에서도 이처럼 주민들에게 합리적인 금리로 금융혜택을 제공하고 현지에서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게 농협은행 글로벌사업의 기본 원칙이다.

농협은행 캄보디아 지점 관계자는 "현지에서 지속가능한 영업을 하고 직원들의 역량도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이익을 내야 하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여기서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나라와 농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5월 20일 열린 뉴욕지점 비상운영계획 회의. 김형신 글로벌부문 부사장, 홍명종 부행장이 참석했다.

◇코로나19 영향, 비대면 시스템으로 방어…시스템 확장 본격화

글로벌사업 출발이 늦었던 농협은행은 올해 '6개국 6인가' 프로젝트를 세워두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넓히려고 시동을 걸고 있었다. 당장 내년 개설을 목표로 준비 중인 지점과 사무소만 해도 여럿이다.

중국 내 거점으로는 북경 지점을 설립하고 서남아 거점으로는 인도 노이다 지점, 베트남 영업 확대를 위한 호치민 지점 설립을 추진 중이었다.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대표사무소 인사를 획득하고 은행업 진출 준비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설 예정이었다.

신남방 뿐 아니라 선진 금융 시장 진출도 오랫동안 준비해오고 있었다. 아시아지역 투자금융 허브인 홍콩에도 지점 개설을 위해 인가를 신청하고 당국의 요청자료를 제출하는 등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었다. 또 대형 인프라딜이 벌어지는 호주 시드니에도 기업금융 특화점포를 확보하기 위해 지점 개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닥쳤다. 해외, 특히 신남방 국가에서 신규 사업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현지 당국과의 많은 커뮤니케이션과 넓은 대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국내 은행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도 이 부분이다.

다행히 농협은행은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부터 진출을 준비해온 덕분에 큰 문제없이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지 당국에의 인가 신청은 대부분 무사히 접수해뒀다. 남은 작업은 현지에 파견된 주재원들을 통해 협의하고 본점에서 유선과 서면, 화상회의로 지원하고 있다.

농협은행에서는 코로나19로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는 있지만 인가 자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내년까지 무사히 지점 설립 작업이 완료되면 농협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현재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위기를 감안하면 더욱 의미있는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는 월 1회 이상 해외점포와 화상회의를 진행한다. 글로벌사업부장이 주재하는 정기적 월례회의를 기본으로 하고, 현안이 발생할 경우 실무팀장과 과장을 중심으로 한 작은 회의가 열리기도 한다.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은행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인가 관련 중국 당국과 대면 협의를 진행해왔던 상태"라며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정식 서류 접수시에만 직접 대면해 제출했다"고 전했다.

10월 22일 열린 뉴욕지점 사이버보안협의회. 뉴욕지점(뉴욕), 본점(서울), IT부서(의왕) 간 농협화상회의시스템을 통해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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