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의 현대건설 10년 유산, '시스템' 체계화 2011년 PMI 중책, 합류 후 대표이사 사장까지
이명관 기자공개 2020-12-16 10:18:14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5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사진)이 친정에서 30여년 간의 커리어를 마감했다. 고문으로 위촉돼 당분간 경영전반에 걸쳐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이 가운데 박 전 사장이 현대건설에 남긴 유산이 주목된다. 바로 그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이다.정통 '현대맨'으로 계열사 요직을 두루거친 그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때 실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M&A 이후 인수후통합(PMI) 작업의 책임자격으로 중책을 맡아 현대건설에 합류했다. 그렇게 박 전 사장은 최근 10년을 현대건설과 동행했다.
사실 박 전 사장과 현대건설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상도 진주 태생인 그는 진주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커리어의 시작점인 현대건설에 몸담은 기간은 11년이다.
1999년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박 전 사장은 현대자동차에서 10년간 머물며 핵심 인물로 성장했다. 현대자동차 재무관리실장으로 임원 대열에 합류한 그는 재무라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중용됐다.
특히 2010년에는 현대차 재경사업부장(전무)으로 '현대건설 되찾기'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현대건설은 2001년 재정난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하면서 그룹에서 분리됐다.
이후 2010년 채권단 주도로 M&A 시장에 나왔고 당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였다. 불과 한 달새 사실상 승자와 패자의 자리가 정반대로 뒤바뀌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초반엔 현대그룹이 유리했지만 자금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현대그룹이 제시한 가격은 5조5100억원,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가격은 5조1000억원이었다. 이때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을 문제 삼으며 전세를 역전, 현대건설을 품는데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에게 친정이나 다름없는 현대건설 인수가 남달랐을 수밖에 없다. 이는 박 전 사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박 전 사장은 현대건설 인수위원장으로 인수후통합(PMI) 작업의 적임자로 낙점됐다. 그렇게 박 전 사장은 2011년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전무)으로 합류했다. 이렇게 그는 10여년 만에 친정에 복귀했다.
박 전 사장은 복귀 이후 같은 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PMI 작업에 힘을 실었다. 박 전 사장은 당시 현대건설에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이전까지 현대건설은 채권단 관리를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망가져 있다시피 했다. 이에 박 전 사장은 자재조달부터 조직 전반에 걸쳐 시스템화 시키는데 집중했다.
박 전 사장 입장에서 보면 효율적인 곳간 관리를 위해선 필요한 절차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현대건설을 만든 틀을 박 전 사장이 구축해놨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현대자동차가 인수하기 이전까지 채권단 관리를 거치면서 현대건설 내부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박동욱 전 사장이 현대건설에 복귀한 이후 무너진 체계를 다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박 전 사장이 현대건설의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6년여다. 실제 이 기간 동안 현대건설은 남다를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해는 2015년과 2016년이다. 연간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연이어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효율성과 성과를 모두 쫓은 체계화된 시스템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2017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현대건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지 30년만의 성과였다. 그렇게 박 전 사장은 올해까지 커리어 마지막을 현대건설과 함께 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부터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시키기 까지 친정에서 자기 할일을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박 사장의 퇴임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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