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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효성]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호도 '뚜렷'…민간 개방성 취약②7명 중 6명 고위공직자 출신…조현준 회장 취임 후 여성이사 1호 선임 '긍정적'

이우찬 기자공개 2021-02-15 10:29:0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5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0명 중 7명으로 70%에 이른다. 평균 50%를 가까스로 넘는 다른 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하면 ㈜효성 이사회의 독립성은 정량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사외이사 대부분이 관료 출신으로 민간 개방성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효성의 사외이사진은 경제, 교육, 환경, 회계, 법률 등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이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출신 배경은 사실상 관료로 민간 개방성은 열악하다는 평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출신의 손병두 이사를 제외하면 6명 모두 고위공직자 출신이다.

손영래 이사는 국세청장을 역임한 세무·회계분야 전문가이고, 정상명 이사는 법무부 차관, 검찰총장 출신이다. 이사회의장인 박태호 이사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국제통상분야 전문가이고, 권오곤 이사는 부장판사 출신이다. 정동채 이사는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사외이사 85.7%(7명 중 6명)가 관료 출신인 셈이다.

㈜효성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높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2019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상장사 190개 기업의 사외이사 656명 중 39.3%(258명)가 관료 출신이었다. 일각에서는 재계에서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 사외이사가 이사회 견제 보다 대정부 로비 목적으로 선임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사외이사들의 장기 근속에 대한 우려도 있다. 사외이사진에서 이사회의장인 박 이사와 손병두 이사는 각각 2003년, 2013년 최초 선임되며 장기 재직 중인 인물들이다. 사외이사가 장기간 재직할 경우 전문성이 제고될 수는 있겠지만, 이사회 독립성과 인재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박 이사와 손병두 이사의 임기도 다음 달 만료돼 교체 여부가 주목된다. ㈜효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상법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스터디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의 장기 재직은 2010년대도 발견된다. 법무부 차관 출신 변호사 김상희 이사가 10년, 서울대 명예교수인 한민구 이사가 8년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이들은 2017년 9월 국민연금 등 주주들 반대로 중도 퇴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 등은 사외이사의 장기 근속으로 독립적 판단에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이사회에서 2017년 여성 이사가 처음 선임된 것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된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이 2017년 회장직에 취임한 뒤 ㈜효성 이사회에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2017년 9월 선임된 김명자씨는 ㈜효성의 1호 여성 이사다. 환경부장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한 환경, 기술분야 전문가다.

기업 내부에 여성 이사가 있는 것은 이사회 다양성 부분에서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효성의 경우 사내이사를 포함해 총 10명의 이사 중 1명이 여성으로, 이를 단순 계산하면 여성 이사 비중은 10%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이사회 내 여성 이사가 1명 이상인 기업 비중은 7.6%다.


조 회장 취임 후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수준도 과거 보다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2019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7명은 ㈜효성, 계열사에서 재직하거나 거래를 한 적이 없다. 박 이사와 권 이사가 재직 중인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 김앤장과 최근 소송 의뢰, 자문 등이 있었으나, 해당 사외이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과거 2010년대에는 ㈜효성 사외이사진의 독립성에는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전 효성그룹 부회장인 배기은 이사가 사외이사로 오랜 기간 활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배 전 부회장은 효성그룹 모태인 동양나이론 창립 멤버로 그룹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배 전 부회장은 2014년 3월 퇴임 전까지 10년 이상 사외이사로 있었다. 사외이사의 경우 경영감독, 견제를 위해 독립성이 중시되는 만큼 그룹 부회장 출신이 사외이사로 활동한 것은 이사회 독립성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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