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채권시장 진단]비금융 민간기업, 녹색채권 꽃피웠다①탄소중립·ESG경영 선순환 징검다리…홍보효과·성과평가 영향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1-03-25 13:06:48
[편집자주]
2021년 원화 SRI채권 시장이 연초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소수의 금융사와 공공기관 주도로 성장하던 시장에 민간기업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SRI채권의 진정성을 평가하겠다고 나선 인증기관도 늘었다. 빅4 회계법인이 지배하던 인증시장에 신용평가3사가 가세하며 시장의 판도변화가 점쳐진다. 그러나 화려한 팽창 뒤에는 사후관리 미흡 등 그림자도 있다. SRI채권 시장의 수급 요인을 점검하고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2일 14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화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시장이 연초부터 활황이다. 2021년이 시작된 지 불과 석달이 지났지만 SRI채권 발행사는 꾸준히 늘고 있다. 발행금액도 적잖다. 이미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의 30%에 육박한다.눈에 띄는 점은 발행사의 다양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화 SRI채권 시장은 공공기관과 금융사가 주도했지만 올 들어 비금융 민간기업의 참여가 대폭 늘었다. LG화학과 현대차, 현대제철 등이다. 주요 그룹의 ESG·탄소중립 경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녹색채권 발행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여러 기업이 앞다퉈 SRI채권을 발행한 덕분에 동종업계 후발주자들의 참여가 비교적 용이해졌다. SRI채권에 대한 인지도도 제고됐다. 그러나 ‘최초’ 타이틀 등 홍보효과와 경영성과를 노리고 SRI채권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비금융 민간기업 참여 ‘역대 최대’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 플랫폼(상장채권 기준)에 따르면 올 들어 19일까지 발행된 SRI채권은 모두 16조5676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의 30%에 이른다.

비금융 민간기업이 발행대열에 참여한 영향이 컸다. LG화학과 현대자동차, 롯데글로벌로지스, SK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등 비금융 민간기업 발행사는 모두 14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비금융 민간기업 발행사가 아예 없었고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2곳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ESG·탄소중립 경영 핵심…이미지 제고 효과도
비금융 민간기업의 참여가 대폭 확대된 데는 ESG경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ESG경영에 대한 관심이 큰 그룹일수록 SRI채권 발행규모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5대그룹 계열사의 ESG경영 평균 관심도는 SK그룹이 가장 높고 현대차그룹, 삼성그룹, LG그룹, 롯데그룹이 뒤를 잇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에너지는 2019년 비금융 민간기업 가운데 최초로 녹색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SRI채권 발행이 활성화하면 ESG경영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을 중심으로 SRI채권이 활발히 발행됐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SRI채권을 발행한 비금융 민간기업은 모두 17곳(중복제외)이며 발행규모는 4조6880억원이다. 이 가운데 정유·화학, 완성차, 제철, 건설, 조선업종 기업이 발행한 SRI채권은 모두 3조7300억원으로 전체의 80% 정도다.
김 연구원은 “주요 그룹들이 탈석탄 투자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탄소중립을 주요 경영과제로 삼고 있다.
이미지 제고 효과나 경영성과를 노리고 SRI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도 적잖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SG경영을 강조하는 대기업집단일수록 계열사 CEO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SRI채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경오염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씻어내거나 홍보효과를 누리기 위해 SRI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비록 비금융 민간기업은 아니지만 대표적 사례로 발전공기업이 꼽힌다. 2018년 이래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 5곳이 SRI채권을 1조26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정유화학, 완성차, 제철, 건설, 조선업계 등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정부가 ESG를 강조하고 있는 데다 환경과 관련한 발전공기업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만큼 SRI채권 발행에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녹색채권 흥했다
비금융 민간기업의 참여가 활성화하면서 녹색채권 발행규모도 덩달아 확대됐다. 올 들어 현재까지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4조188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녹색채권 발행규모가 1조원에도 못 미친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과 금융사가 SRI채권 발행시장을 주도한 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채권이 더 주목을 끌었다”며 "올해는 기업들이 투자를 재개하면서 친환경설비 투자재원 등을 녹색채권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사와 공공기관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입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돕기위해 금융지원을 확대했다. 사회적채권은 녹색채권보다 자금사용처가 비교적 더 자유롭다는 점에서 지난해 특히 금융사, 공공기관에서 인기를 끌었다.
더욱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수십조원의 유동화자산을 전량 사회적채권으로 발행하면서 국내 SRI채권 시장은 사회적채권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올해는 비금융 민간기업이 SRI채권 발행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녹색채권 확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SRI채권 인증업계 관계자는 “공모채를 발행하려는 기업들이 SRI채권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며 “SRI채권 발행사가 늘어날수록 비 발행사가 소외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발행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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