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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잭팟' 만도, 재고 증가에도 '웃음' [인벤토리 모니터]전방산업 호황 따른 수요 증가 대비 목적···'재고자산 확대→매출 증대' 기대

양도웅 기자공개 2021-08-27 07:45:03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생산라인은 자주 멈춰서지만 1년 넘게 억눌린 소비 심리는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주요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4일 14: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OEM)로부터 대규모 수주 계약을 따내고 있는 만도가 급증한 재고자산에도 웃음을 짓고 있다. 최근 '보복 소비'와 함께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부품 업체들의 재고자산 증가는 공통된 이슈이다. 단 그 가운데 만도의 증가세는 유독 눈에 띈다.

보통 재고자산 급증은 손익과 현금흐름 측면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으로 이해된다. 제품과 원재료 등을 만들거나 구입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썼지만 아직 수익이 창출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주에 따른 증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약속된 납품 물량을 마련하기 위해 원재료 확보와 제조에 집중하는 건 '재고자산 증가→매출액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출처=만도 사업보고서)
◇ 재고자산 6개월 새 47% 증가···패드·전자제어 장치 등 원재료 약 70% 늘어

올해 상반기 말 만도의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4743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말 대비 47.1% 증가했다. 4743억원 규모는 최근 5년래 최대치다. 상품과 제품, 원재료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재고자산은 원재료로 6개월새 68.2% 늘어났다. 같은 기간 다른 국내 대형 부품사의 재고자산이 20%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돋보이는 증가 폭이다.

전통적으로 만도는 △브레이크(제동 장치) △스티어링(조향 장치) △서스펜션(현가 장치)을 만들어 글로벌 OEM에 납품하는 사업을 영위해 왔다. 최근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미래차로 각광받으면서 첨단 전장 제품과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높이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곧 자율주행 사업 전문 자회사를 물적분할한다.

네트워크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한국과 중국, 미국, 인도, 폴란드 등에 생산설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생산능력과 매출액 기준으로 핵심 지역은 한국과 중국이다. 여전히 현대자동차와 기아, GM과 테슬라 등을 포함한 북미 OEM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약 78%(지난해 기준)로 높지만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고객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만도가 조달하는 주된 원재료는 패드, 전자제어 장치, IBJ·OBJ(방향전환 부품) 등으로 국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 원재료들로 제동, 조향 장치 등을 만들어 OEM에 납품하는 게 만도의 사업으로 재고자산 급증도 이와 연결지어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 OEM들의 만도에 대한 부품 주문량도 늘어나는 구조에 있는 셈이다.

◇ 재고자산 급증에도 평가손실 충당금은 감소

재고자산 증가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업황 악화로 만들어놓은 물건이 팔리지 않는 경우다. 이때 기업들은 적정 재고 유지를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한다. 생산량 저하와 판촉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업황 호조가 예상되는 경우다. 자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원재료를 충분히 확보해 생산량 확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의 재고자산 증가는 매출이 보장된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당장의 현금 유출도 부정적으로만 이해할 건 아니다.
(출처=만도 사업보고서)
만도의 재고자산 급증은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 원인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도 '보복 소비' 열풍으로 실적 확대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만도의 주요 거래처인 기아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34.6%, 334.8%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만도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도 전년동기 대비 28.6% 증가했고 영업손익은 흑자 전환했다. 무엇보다 만도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하반기 말 대비 50%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가치 하락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말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은 194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말엔 185억원으로 감소했다.

재고자산은 정기적으로 가치를 평가받는데 실제 판매했을 때 취득원가보다 많은 자금(매출액)을 회수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매출액이 취득원가보다 적다면 그 규모만큼을 손실로 처리해 매출원가에 가산한다. 이 손실액을 평가손실 충당금이라고 부르는데 충당금이 커지면 원가도 늘어나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예측에 기반한 재고자산 확보가 요구된다.
(출처=만도 사업보고서)
이에 따라 만도의 사례처럼 재고자산이 늘어났음에도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이 감소했다는 건 시장 수요가 충분한 제품과 원재료 등을 확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매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그리고 OEM들에 납품이 예정된 제품 제작을 위한 원재료를 확보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 재고 확보 목적에서 재고자산을 늘리고 있다"며 "우리의 재고자산 증가는 고객사의 소요량과 서로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매출 측면에선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 폭스바겐과 1조원대 공급 계약···재고자산 회전율 상승하나

올해 상반기 만도는 소위 '수주 잭팟'을 터뜨렸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다투는 폭스바겐과 1조4044억원 규모의 서스펜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만도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단일 품목 계약 건으로, 내년에 공급이 개시되는 만큼 만도는 올해 원재료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출처=SNE리서치
글로벌 리딩 전기차 업체와의 협업도 눈여겨 볼 점이다. 2015년부터 만도는 북미 완성차업체와 자율주행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해당 업체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M/S)에서 수위권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만도도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만도가 이 업체에 부품 공급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내년엔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우량 고객사인 현대차와 기아, GM의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이 OEM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고 있는 '보복 소비'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전 세계 공장 평균 가동률은 93.1%로 전년 대비 12.8%p 상승했다. 6개월 사이 현대차는 원재료(부품) 재고자산을 27.5% 늘렸을 만큼 수요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OEM들의 부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이라 향후 재고자산이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만도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12.7회로 전년동기 대비 0.5회 늘어났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인 15.7회(2019년 기준)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만도는 B2B기업 특성상 고객사에 맞춰 재고를 관리하기 때문에 기존 재고가 장기성 재고로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팬데믹과 반도체 수급 문제 해소 이후 고객사의 수요 증가 예측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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