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GS가 달라졌다]휴젤과 요기요 인수 '노림수는'②양사 인수 전략적 차이 '시너지 vs 신사업'...중장기 계열분리 염두 해석도

조은아 기자공개 2021-09-07 07:36:31

[편집자주]

GS그룹이 오랜 침묵을 깼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와 ‘휴젤’을 잇달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두 인수전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거래의 ‘규모’보다는 ‘방향’이다. 이번 승전보를 시작으로 GS그룹의 전반적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1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S그룹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와 휴젤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총 4750억원이다. 당장 GS그룹의 외형이나 매출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외형 확대보다는 기술력과 인력 확보, 앞으로의 시너지 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두 거래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면서 함께 주목을 받았지만 성격을 들여다보면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요기요 인수가 기존 유통업과의 시너지에 초점을 맞춘 거래라면 휴젤은 그동안 접점이 없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이뤄질 수 있는 계열분리와 맞닿은 해석도 가능하다. GS그룹은 정유 등 에너지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존 GS그룹과 건설과 유통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그룹으로 나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정유업 의존도가 매우 높아 다른 사업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력·기술력·노하우 확보에 초점 맞춘 휴젤 인수

GS그룹이 휴젤 인수로 얻은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오가닉 방식으로 진출할 경우 시간은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바이오사업에 단번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휴젤은 국내 1위 보툴리늄 톡신(보톡스) 기업이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늄 톡신은 기술력 차원의 진입장벽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오랜 업력을 통해 쌓은 인지도와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휴젤은 2001년 설립됐다. 당시 성형외과 출신 의사들이 창업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휴젤과 시장 1위를 두고 경쟁하는 메디톡스와 비교하면 후발주자였으나 출시 직후부터 우수한 제품력을 인정받으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2016년에는 메디톡스를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랐다.

GS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리스크를 피하는 건 물론이고 숙련도 높은 인력과 함께 기술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GS그룹은 휴젤을 그룹 차원의 바이오사업 다각화 플랫폼으로 육성해 바이오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연구개발 역량과 생산 및 판매에 노하우를 갖춘 기존 인력, 해외 영업망이 이 과정에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베인캐피탈 쪽 인력을 제외하고도 휴젤에는 성장을 함께 했던 핵심인력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생산총괄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권순우 부사장, 2013년부터 현재까지 개발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이창진 부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권 부사장은 서울대 응용화학부 박사 출신으로 대한제당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거쳐 10년 동안 휴젤에 몸담고 있다. 이 부사장은 산하에 연구사업부, 해외허가관리실, 연구기획팀을 거느리고 있는 개발본부를 이끄는 수장이다. 휴젤에 입사하기 전에는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연구부교수를 지냈다. 2013년 이 부사장이 휴젤에 입사한 뒤 휴젤 개발본부는 보툴렉스의 임상 개시 및 시판 허가부터 적응증 추가, 파이프라인 확대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휴젤은 상반기 178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는데 코스닥 상장 제약사 가운데 HK이노엔(342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현재도 휴젤은 연구개발(R&D) 인력이 전체 직원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GS그룹이 휴젤을 지목한 이유로 자체의 성장성도 빼놓을 수 없다. 휴젤은 상반기 매출 1284억원, 영업이익 560억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4%, 영업이익은 93.1%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43.6%로 같은 기간 대비 11.2%포인트 올랐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 비중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기존 28개국에서 향후 3년 안에 59개국까지 진출국을 넓혀갈 계획이다.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시장 진출 채비도 마친 상태다. 미국의 보톡스 시장은 27억달러(3조1763억원), 유럽은 12억달러(1조4117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다른 주력 제품인 HA필러 진출국도 31개국에서 53개국까지 늘려가기로 했다.


◇잘하는 사업에 '배송 경쟁력' 더한 요기요 인수

휴젤 인수가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 요기요 인수는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볼 수 있다. GS리테일은 요기요 인수를 통해 단번에 퀵커머스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받는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란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15분~1시간 안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즉시 배송 서비스를 말한다.

GS리테일은 요기요가 가진 이륜차 기반 물류 배송망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슈퍼, H&B스토어 등 오프라인 점포, 이를 후방 지원하는 자체 물류센터 사이의 시너지를 누릴 것으로 기대받는다. GS리테일은 GS25 편의점과 GS더프레시 슈퍼 등 전국에 1만6000여 개 오프라인 점포를 갖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배송대행 업체인 메쉬코리아에 투자해 지분 19.53%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섰고 60개 물류센터도 갖추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퀵커머스를 강화하고 하고 있지만 상품 조달 능력과 구매력 등은 기존 유통 기업에 비해 크게 뒤쳐질 수밖에 없다. 반면 GS리테일은 유통업에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이때문에 퀵커머스라는 수단을 붙이기만 한다면 단숨에 유통 시장의 강자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일례로 소비자들은 GS더프레시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그대로 15분~1시간 안에 받을 수 있다.

◇추후 계열분리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이번 인수합병으로 GS칼텍스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성과 중 하나다. GS그룹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GS칼텍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휴젤이나 요기요 모두 자산이나 매출 규모가 GS칼텍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확장성도 갖췄다는 점에서 GS칼텍스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먼 일로 여겨지지만 향후 계열분리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에서 거론되는 GS그룹의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여러가지다. 유통과 건설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기존 GS그룹처럼 정유를 중심으로 한 그룹으로 나누는 방식이 우선 거론된다. 아예 유통과 건설, 정유업을 각각 주력으로 삼는 3개의 그룹으로 나눠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다만 세 업종의 규모 차이가 상당하다. GS그룹에서 정유를 비롯해 에너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GS에너지와 GS이피에스, GS이앤알인데 이들의 자산을 모두 더하면 17조~18조원 수준이다. GS건설의 자산 규모는 13조원대다. 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GS리테일은 이번 합병으로 자산 규모가 9조원대로 커졌으나 여전히 덩치 차이가 많이 난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든 전제조건은 하나다. 정유업과 다른 사업의 규모가 비슷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인수합병을 놓고 3개 주력 사업의 균형을 맞춰 추후 나올 수 있는 잡음을 줄이기 위한 선제 작업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