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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회계 톺아보기]R&D에 1조 쓰는 현대모비스, 낮은 자산화율 '옥에 티'조직 개편과 함께 인재 확보에도 속도···개발비 자산화율 향상 '숙제'

양도웅 기자공개 2021-09-29 07:43:04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7일 14: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가 1년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자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절대적인 규모뿐 아니라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관련 인력도 매년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회사의 노력과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단 0%대로 떨어진 개발비 자산화율은 '옥에 티'다. 연구개발비로 1조원 가량을 썼는데도 미래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한 프로젝트는 사실상 전무했던 셈이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겪는 불가피한 손실(희생)로 이해된다.
(출처=현대모비스 사업보고서)
◇ 연구개발 투자 1조 시대 개막···인력 확대에도 박차

현대모비스가 연구개발 역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컨대 2020년 사상 처음으로 연구개발에 1조원이 넘는 자금(1조13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전방 산업이 크게 위축되는 등 영업 환경이 악화돼 매출액이 다소 감소했음에도 2019년보다 472억원을 더 투자했다.

올해 목표인 연구개발비 1조655억원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상반기에만 전년동기 대비 9.0%(431억원) 증가한 5212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보다 자동차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대됐고 핵심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래차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연구개발비 확대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이다.

절대적인 수치뿐 아니라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연구개발에 1조원 넘게 쓴 지난해의 비율은 2.8%로 전년 대비 0.3%포인트(p) 올랐다. 현재 중장기 목표는 연구개발비 비율을 전체 매출액의 팔할을 책임지는 모듈및부품제조 부문 매출액의 10%까지 높이는 것이다. 지난해는 3.4%였다.

단순히 금액만 늘린 것도 아니다. 연구개발 역량의 핵심은 역시 '인력(사람)'이다.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 인력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715명, 2018년 4126명, 2019년 4987명, 2020년 5387명으로 최근 4년간 두 배 가까운 인력이 늘어났다. 올해는 400명 이상을 추가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칼스텐 바이스 상무
최근 인재 확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알파인(일본)과 콘티넨탈(독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커넥티비티 전문가 칼스텐 바이스 박사(사진)다. 2018년 5월 상무로 영입된 그는 IVI(인-비히클-인포테인먼트)시스템개발센터장을 거쳐 현재 IVI랩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IVI는 전동화와 함께 현대모비스가 낙점한 미래차 핵심 부품 사업이다.

인재 영입과 함께 연구개발본부라는 헤드쿼터 중심의 연구개발 조직을 6개의 사업부(Business Unit, BU)로 개편했다. 여전히 국내의 마북 기술연구소가 전 세계 6개 연구소(마곡 포함)의 중심 역할을 하지만 사업부 간엔 동등한 입장에서 협의하고 연구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6명의 BU장 가운데 성기형 전장BU장이 부사장으로 가장 직위가 높지만, 성 부사장은 전장BU 부문을 책임질 뿐 연구개발 전반을 총괄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1961년생으로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성 부사장은 전방BU장 외에 구매부문장도 겸직하고 있다. 모듈BU, 전동화BU장 등 다른 5개 BU장의 직위는 모두 전무다.

◇ 개발비 자산화율 2년 연속 0%대···미래차 전환의 그림자?

이처럼 연구개발에 더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하고 조직 개편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개발비 자산화율 측면에서 보면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 성과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회사는 연구 중인 기술과 제품 가운데 향후 상용화해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한 기술·제품은 무형자산(개발비)으로 처리한다. 전체 연구개발비 중 개발비로 인식한 비율을 개발비 자산화율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비율이 2017년 10.7%로 정점을 찍은 뛰 2019년과 2020년엔 0%대로 뚝 떨어졌다. 이는 1조원 가량의 연구개발비 전액을 당기에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 수치를 그대로 해석하면 회사가 판단한 연구개발 성과는 지난 2년간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실제 2019년과 2020년 무형자산 항목 중 개발비에서 신규 취득한 자산은 2년 연속 '0원'이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연구개발을 통해 100억원에 가까운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추가한 점과 대비된다.
(출처=현대모비스 사업보고서)
물론 부정적으로만 판단할 건 아니다.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3대 미래차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 100년간 지속된 내연기관 시대에서 벗어나는 대(大)전환인 만큼, 새로운 자동차 관련 기술 확보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는 자연스럽게 인내해야 할 과정으로 해석된다.

최근 2년여간 취득한 개발비 자산은 적지만 최근 5년으로 시야를 넓히면 회사의 연구개발 성과는 적지 않다. 세계 1위 수소전기차인 현대차의 '넥쏘'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했다. 자동차와 사람, 사물 등을 통신망 통해 연결해주는 통합관리 제어기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모두 미래 핵심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비 자산화율을 산출할 때 연구 실패 과정에서 연구원들이 얻는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는 제외된다"며 "분명 개발비 자산화율을 높일 필요성은 있어 보이지만 이 수치를 그저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현대모비스가 특허권을 취득한 '주차 가이드 조절 방법'도 개발·취득까지 7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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