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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기업은 빼주세요 [thebell note]

김형락 기자공개 2021-10-15 07:00:48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3일 07: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님이 승계 사례로 소개되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네요. 회사에 해가 되는 내용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가 곤란하게 됐습니다."

꽤 황당한 말이었다. 중소기업 상장사 IR 담당자와 공장 방문 일정을 정하고 며칠 뒤 돌아온 대답이었다. 기업 승계를 주제로 기획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창업주 2세로 지분 상속이 끝난 기업이다. 남매가 합심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승계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2세 경영 주안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보려 했는데 결국 약속이 깨졌다.

부자(父子) 경영을 펼치고 있는 또 다른 중견기업 상장사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1세대 경영인이 회장으로 경영을 총괄하고 장남과 차남이 각각 사장, 전무로 활동하고 있다. 두 아들 사이 역할 분담 방안과 지배력 이양 작업 준비사항 등을 질의했다. IR공시팀, 홍보팀과 십여 차례 통화 끝에 들은 답변은 "응대할 담당자가 없다" 였다. 회장님이 건재해 사장님도 승계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는 속사정을 귀띔해줬다.

중소·중견기업의 승계 실상을 조명해보려 했지만 드러내기를 꺼리는 곳이 대부분이다. 승계를 오너 일가 개인 문제로 한정하는 근시안적 시야에 머물러 있다. 소통창구가 막혀 있으니 외부에선 최대주주 지분 현황, 임원 선임 내역 등 파편적인 정보 조각을 가지고 승계 준비사항을 지레짐작할 뿐이다.

최대주주 지분 변화는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핵심 사안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는 기업 영속성과도 직결된다. 때론 준비 없는 승계 때문에 창업주 일가 지배력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2세 경영인이 증여, 상속받은 지분을 담보로 세금을 납부하다 보면 지분 축소 우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승계 관련 질문이 불편할 수도 있다. 자녀끼리 경쟁하는 승계 구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면 승계를 수면 위로 올리는 게 달갑지 않을 터다. 그렇다고 꽁꽁 싸매는 게 답은 아니다. 엉킨 매듭을 감춰둔다고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

기업마다 승계 구도는 다르지만 한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사안이 있다. 증여세, 상속세 부담이다. 상장사조차 주주들에게 기업 승계를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증여세, 상속세 부담은 공허한 외침에 그친다. 여러 경제단체에서 선진국과 우리나라 세율을 비교해봐야 대다수 사람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된다.

경영수업을 보다 공개적으로 진행한다면 증여세, 상속세 감면을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세금 부담이 검증된 차기 주자로의 경영 승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주주들이 세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줄 수 있다. 승계를 염두에 둔 기업들이 솔선수범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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