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가격 인상 러시]'원가 압박' 한솔제지, 친환경 신소재 통할까②원재료값 상승·해상운임 부담...연이은 가격인상, '오너3세' 조성민 친환경 사업 담당
김서영 기자공개 2021-10-22 07:44:59
[편집자주]
'코로나 19'가 불러온 언택트 소비 트랜드로 지난해 활짝 웃었던 제지업계가 올들어 '울상'을 짓고 있다. 원재료인 펄프와 고지 가격, 해상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올들어 매 분기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섰으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더벨이 제지업계의 가격 인상 '러시(rush)' 현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9일 16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의 수혜주로 꼽히던 한솔제지가 1년만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지 생산의 원재료인 펄프와 고지(재생펄프)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재료 부담이 심화했을 뿐만 아니라 해상운임 폭증으로 선박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원재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친환경 신소재 개발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 조성민 상무가 신사업 추진에 직접 나서면서 경영 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코로나 수혜' 산업용지, 수익 악화 방어...올해 3차례 가격 인상
한솔제지는 △인쇄용지 △산업용지 △특수지 등 세 가지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펄프를 원재료로 만들어지는 인쇄용지는 인쇄와 필기에 사용되는 용지로 서적류 제품에 널리 쓰인다. 산업용지는 고지를 원료로 택배 상자나 식품 포장재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특수지는 말 그대로 산소 및 수분을 차단하는 종이, 열을 가하면 발색 되는 종이 등 특수한 상황에 맞게 제작된 기능성 종이이다.
이들 사업부문 가운데 인쇄용지 부문의 매출 비중이 가장 크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쇄용지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이 31.3%에 그치며 36%를 기록한 산업용지 부문에 자리를 내줬으나 매년 35~40% 수준의 매출 비중을 나타낸다. 인쇄용지 부문은 매출 규모는 크나 수익성이 가장 떨어지는 사업부문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인쇄용지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대 초반에 머물렀다.

한솔제지가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이유도 산업용지에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 제한 조치 등 방역 규제가 강화되면서 온라인 소비가 급증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물류업과 배달음식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여기에 사용되는 포장지 및 포장재 수요도 따라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매출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한솔제지 실적은 매출 1조5099억원, 영업이익 94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까지의 영업이익률은 9.6%로 2015년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뜻밖의 호재를 안겨줬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올들어 진정세를 보이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바로 제지 생산의 원재료인 펄프와 고지 가격 상승이다.
국제 펄프 가격은 2019년 미중 무역분쟁과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종이 수요 감소에 따라 안정된 가격 추이를 보였으나 최근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성장의 기대 심리가 반영돼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고지의 경우 골판지 수요 증가로 가격이 다소 올라갔다. 한솔제지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올 상반기 펄프(활엽수 기준)와 고지 가격은 각각 13.1%와 14% 뛰었다.
한솔제지는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올해 3월에는 인쇄용지 가격을 15% 높였다. 이어 6월에는 산업용지에 해당하는 백판지 전 품목의 가격을 톤당 7만원 인상했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를 피하진 못했다. 한솔제지의 수출 비중은 50~55%에 이르는데, 해상운임이 치솟으면서 매출원가가 증가해 판가 인상 효과가 미미해진 탓이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8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90억원으로 50.9% 급감했다. 이달 초 인쇄용지와 감열지의 수출가를 15% 올리면서 올해 3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업황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한솔제지는 추가 가격 인상 계획은 없으나 원자재 가격과 해상운임 등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너 3세 조성민 상무, 미래 성장동력 '친환경 신소재' 직접 리드
원자재 가격에 수익성이 좌우되는 사업구조 탓에 한솔제지는 수익성을 강화할 방안을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 같은 고민을 갖고 있던 업계 2위 무림페이퍼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택했다. 펄프 생산회사인 무림P&P를 자회사로 둔 무림페이퍼는 국내 제지업체 중 유일하게 '조림-펄프-제지'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한솔제지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가닥을 잡았다. 인쇄용지 비중을 줄이고 산업용지나 특수지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2016년 12월 관계사인 한솔아트원제지와의 합병을 결정하며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당시 특수지 부문의 매출 비중을 2016년 25%에서 2020년 3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특수지 부문의 매출 비중은 32.7%로 목표를 달성했다.
비록 성사되진 못했으나 한솔제지는 태림포장 인수를 고려했다. 고수익 사업부문인 골판지업을 인수해 산업용지 비중을 늘리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당시 골판지업 호황이 이후 몇 년간 지속할 수 있을지를 두고 내부 논의가 엇갈리면서 본입찰 불참을 결정했다. 인수 불발에도 지난해 2월 대전공장 백판지 생산설비에 323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해나갔다.
한솔제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비(非)제지 사업 진출을 꾀했다. '제2의 탄소섬유'로 불리는 나노셀룰로오스가 그 주인공이다. 나노셀룰로오스는 펄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로 무게가 철과 비교해 5분의 1밖에 나가지 않지만, 강도는 5배 높아 철과 플라스틱 대체재로 고려된다. 한솔제지는 올 상반기 이를 응용한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Protego)'와 친환경 종이 용기 제품 '테라바스(Terravas)' 등을 개발했다.

한솔가(家) 오너 3세인 조 상무는 지난해 차·부장급인 수석으로, 올해 초 상무로 연이어 승진하며 입지를 굳혔다. 그는 한솔제지의 기획 담당 임원으로 신사업인 친환경 신소재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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