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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금융상품 다양화, 장기CP·사모채 부작용 우려도 [Market Watch]하반기 대출·펀드 등장, 발행사 저변 확대…시장 투명성 저해, 취지 희석 가능성

이지혜 기자공개 2021-11-01 07:52:25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8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RI(사회책임투자,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상품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대출부터 펀드까지 관련 인증을 받아 시장에 나왔다. ESG경영을 표방하는 기업이 늘면서 자금조달 기법에 이런 원칙을 적용하려고 시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상품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연계금융상품, 기후전환금융상품 등 발행사 수요에 맞춘 금융상품을 국내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적잖다. 사모 회사채와 장기 기업어음(CP) 등도 SRI, ESG라는 이름 아래 발행됐다. 자본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금융상품까지 ESG를 덧씌워 발행하면서 취지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RI대출, 펀드부터 CP까지…상품 다양화, 발행 저변 확대

2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SRI, ESG 인증을 받은 금융상품 종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SRI, ESG 인증을 받은 금융상품은 대개 공모 회사채뿐이었다. 공기업을 필두로 은행, 민간 금융사가 공모채 발행시장을 주도하고 올 들어 비금융 민간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형태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하반기부터다. 사모 회사채가 등장한 것은 물론 대출, 펀드, 장기CP까지 SRI, ESG 금융상품이라는 인증을 받았다.

6월 말 마스턴투자운용이 사모채를 발행하며 지속가능채권이라는 인증을 받았다. 심지어 한국도로공사도 최근 사모채로 원화 SRI채권 시장에 데뷔했다. 이밖에 디섹, 서진산업, 모트렉스, 단석산업, 신세계까사미아 등 중견기업도 사모 SRI채권을 발행했다.

물론 차이는 있다. 디섹, 서진산업 등 중견기업은 KDB산업은행의 ESG 유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사모채의 형태를 취했을 뿐이다. KDB산업은행이 이들의 사모 SRI채권을 인수한 뒤 신용을 보강해 유동화하는 구조다. 중견, 중소기업도 SRI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도다.

이밖에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사회적대출을 받았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시내버스 운수사를 인수해 대형화, 체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사회적 효용성이 높다고 판단해 NH아문디자산운용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인수금융 차환 재원을 사회적대출로 지원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의 ‘베스타스 유럽물류 전문투자형 사모 부동산투자신탁 제73호 집합투자기구’도 최고등급인 G1을 받았다. 펀드가 녹색수익증권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14개국의 친환경 물류센터에 투자한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SRI CP도 다시 등장했다. CJ라이브시티는 모회사 CJENM의 지급보증을 받아 3년물 장기CP를 녹색증권으로 발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SRI 장기CP는 지난해 11월 우리카드가 영세, 중소 가맹점을 지원하겠다는 명목으로 발행한 4년물, 5년물이 최초인 것으로 파악된다.

SRI금융상품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중견, 중소기업으로 SRI금융상품의 발행저변이 넓어졌다”며 “투자자 요구가 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인증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대출과 펀드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은 PF중심으로, 펀드는 다른 ESG펀드와 차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증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도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기존 녹색, 사회적, 지속가능채권 외에 지속가능연계채권(SLB), 기후전환채권 등의 평가방법론을 최근 발표했다. 금융당국도 지속가능연계채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CP·사모채, 시장 투명성 흐려…SRI 취지 왜곡?

SRI금융상품의 다양화를 놓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SRI, ESG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시장 발전에 긍정적 요소다. 그러나 사모채, 장기CP 등 금융상품의 확대는 자칫 자본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사모채와 장기CP는 공모채와 같은 장기물이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SRI채권 플랫폼에도 등재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투자자 안내문 형식의 사후보고도 홈페이지에만 자체적으로 올린다. 한국거래소 플랫폼에 등록될 때보다 사후보고, 사전검증 등 여러 검증 체계에 대한 관리와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질 수 있다.

시장의 정보 효율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부작용은 또 있다. 장기CP는 장기 신용등급보다 체계가 단순한 단기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발행된다. 장·단기 금리가 왜곡될 소지도 크다.

크레딧 리스크를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실하다. 회사채는 각 만기구조 별로 유통시장이 있어 유통수익률 변동을 통해 크레딧 리스크를 시장에서 검증받지만 장기CP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ESG업계 관계자는 “ESG금융상품이 SRI로도 불리는 이유는 발행사와 투자자 외에 사회적, 이해관계자의 공익을 증진하겠다는 의미”라며 “SRI금융상품 시장이 초기인 만큼 혼란은 감수해야겠지만 자칫 투명성 측면에서 부작용이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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