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내믹스 활용법]로보틱스 화두, 지배구조 개편 '마지막 퍼즐' 되나①CES서 현대차 사업전략 변화 눈길, IPO 성사되면 수조원대 자금 확보 가능
유수진 기자공개 2022-01-17 07:30:21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2'에서 로보틱스를 강조하며 지난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집중 조명받고 있다. 정 회장이 사재로 일부 지분을 매입한 미국 로봇기업이다. 시장에서는 로보틱스를 단순한 신사업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존재한다. 당면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2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늘 발표를 보면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자동차'가 빠질 날이 머지않은 것 같은데 조만간 그렇게 될 거라고 기대해도 되나요?"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로보틱스'를 주제로 한 미래 비전 발표를 마친 직후였다.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동차기업 오너를 상대로 했다기엔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충분히 그럴싸한 질의였다. 이러한 오해를 살 정도로 이날 발표에 '자동차'는 없었다.
대신 빈자리는 '로보틱스'가 채웠다.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른 정 회장은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라며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전 세계의 눈이 집중된 자리에서 로보틱스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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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부족한 정의선 회장, 왜 지금 '로보틱스' 꺼냈나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정 회장은 왜 '지금' 이 시점에 로보틱스를 화두로 던진 것일까. 현대차그룹은 수십년간 자동차 제조에 주력해 온 회사로 눈앞의 현안은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 시대 대응이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글로벌 역향력을 확대해가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로보틱스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팩토리 등과 시너지를 내며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까진 자신있게 내보일 '결과물'이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CES에서 전면에 내세운 건 '지금'이 로보틱스가 돋보이기 시작해야 하는 '때'라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지금 '로보틱스'가 '왜' 돋보여야 하는가. 시장은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걸로 본다. '정의선 시대'를 완성하기 위한 가장 큰 과제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정 회장에게 지배구조 개편은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위해 하루 빨리 끝마쳐야 하는 숙제나 다름 없다. 2020년 10월 회장으로 승진하며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양받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에도 지정됐지만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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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간단하다. 지분구조상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현재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2.62%이고 그룹 지배에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율 역시 0.32%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지분 없는' 총수다.
그럼에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모두 4개의 순환출자고리 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순 없다. 공정위는 당장 제재를 가하진 않지만 적극 해소에 나서란 시그널을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따라서 정 회장 입장에선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더불어 그룹 전반을 다스릴 수 있는 지분구조를 갖추는게 핵심이다. 이미 2018년 3월 한 차례 시도했다 헤지펀드 엘리엇과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경험도 있다. 더 제대로 준비해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기 위해선 자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겠지만 수조원대 실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확한 산출은 불가능하지만 정 회장이 기아(17.33%)와 현대제철(5.81%), 현대글로비스(0.69%)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정공법'을 택할 경우 약 6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 26만2000원이다. 기아 등 3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모두 23.83%(2258만8213주)로 단순계산시 대략 5조9181억원어치다. 문제는 정 회장에게 실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금 창구 확보가 시급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직접 투자', '현금 창구' 부상 가능성
이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도 있다. 2년 전 사들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주주구성을 보면 이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0년 12월 총 9560억원을 들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확보한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 체제 출범 이후 2개월 만에 나온 첫번째 대규모 투자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눈길을 끈 건 주주구성이다.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외에 정 회장이 직접 지분(20%, 2390억원)을 취득했다. 나머지 20%는 기존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계속 보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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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급격한 팽창이 예상되는 글로벌 로봇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매년 평균 32%씩 성장해 2025년 1772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정 회장의 지분 참여에 대해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직접 지분투자를 놓고는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도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기업 인수시 사재 출연을 공식화한 경우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유일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흔치 않은 케이스라는 점을 고려할 때 '큰 그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수년 내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IPO를 추진한 뒤 구주매출을 하면 정 회장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인풋 대비 최소 수배, 최대 수십배에 달하는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이 돈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종잣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CES를 통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 미래의 중심추로 집중 조명받았다. 밸류업을 고려했을 경우 최상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시장이 지배구조와 연결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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